"여배우에게도 다채로워진 작품환경 속 과감한 선택 주효"

▲ [SBS, tvN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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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소녀'와 '로코(로맨틱코미디)퀸'. 배우 장나라(38)와 서현진(34)에게 달린 오랜 수식어였다.

하지만 최근 두 여배우는 그동안 해보지 않은 장르의 작품을 과감하게 선택했고, 성공적인 변신을 보여줬다. 십수 년 쌓은 내공 덕분에 그 변신이 낯설기보다는 자연스러우니 반가운 일이다.

드라마 '명랑소녀 성공기'(2002)와 '동안미녀'(2011) 속 이미지가 강했던 장나라의 변신은 2017년 KBS 2TV '고백부부'에서 서서히 시작됐다.

그는 '독박 육아'에 지쳐 자존감이 떨어진 서른여덟의 엄마 마진주를 연기했다. 그러다 타임워프로 대학생 시절로 돌아가 청춘의 행복을 다시 누리지만, 결국 남편 최반도(손호준 분)와 아기에게 돌아가는 인물이다.

장나라는 이 작품에서 김미경과 절절한 모녀 호흡부터 모성애 연기, 손호준과의 멜로, 젊은 날 발랄함과 코믹까지 다채로운 스펙트럼 연기를 선보이며 진가를 입증했다.

그리고 이듬해 SBS TV '황후의 품격'을 통해 '독한 연기'에 도전하기 시작했다. 곪을 대로 곪은 대한제국(가상의 배경)을 무너뜨릴 최후의 황후 오써니로 분한 그는 분노하며, 그러나 인내하며 황실을 잘근잘근 밟아 무너뜨리는 복수극의 가장 선봉에 섰다. 작품 자체는 '막장'이라는 지적이 일었지만, 장나라의 변신만큼은 화끈했다.

'황후의 품격'을 발판으로 최근 방영 중인 같은 채널 월화극 'VIP'에서는 웃음기를 싹 빼고 진정한 복수의 여신 나정선으로 돌아왔다. 철석같이 믿었던 남편 박성준(이상윤)의 외도에 지옥으로 같이 가자고 내뱉는 장나라의 모습은 그의 동안과 미스매치인듯 의외로 자연스럽다. 그 큰 눈이 캔디의 명랑함뿐만 아니라 분노도 담을 수 있음을 증명한다.

'VIP' 관계자는 20일 "장나라는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연기를 즐기는 배우다. 그동안 로코에 국한된 이미지를 벗기 위해 장시간 노력해왔기에 이런 변화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특히 나정선이 처한, 요동치는 감정선에 따라 변화하는 디테일한 요소들을 표현하기 위해 장나라는 끊임없이 제작진과 주변에 질문을 던진다. 남은 2회에서는 지금까지 쌓아온 것들이 한꺼번에 몰아치며 더 큰 변신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tvN 월화극 '블랙독'으로 돌아온 서현진 역시 로코 이미지를 벗고 '미생'을 연상케 하는 현실 연기를 보여주며 호평받는다.

드라마 '또 오해영'(2016)을 기점으로 로코에 특화한 연기를 보여줬던 그는 이후로도 '사랑의 온도'(2017), '뷰티 인사이드'(2018) 같은, 크게 다르지 않은 류의 작품에서 익숙한 모습을 보여줬다.

그러나 '블랙독' 속 기간제 교사 고하늘은 상큼함, 사랑스러움과는 거리가 멀다. 총성 없는 사립학교 전쟁터에 내쳐진 이 시대의 블랙독으로, 끝없이 놓인 능선을 넘어야 하는 현실적인 인물이다. 서현진은 학교라는 폐쇄적인 조직 속에서 편견과 차별에 시달리면서도 하나하나 고개를 넘는 고하늘을 실감 나게 그리고 있다.

특히 '라부장' 이미지를 쏙 벗고 정교사로 변신한 라미란과의 호흡도 이러한 변신에 힘을 싣는 분위기다.

김건홍 '블랙독' 책임프로듀서는 "잘 알려지지 않은 학교 뒤편의 이야기, 그리고 그런 공간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고하늘을 서현진이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다"며 "다음 회부터는 울고 웃는 에피소드들이 본격화하면서 서현진, 라미란의 연기가 더 빛을 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두 여배우의 반가운 변신에 대해 한 방송가 관계자는 "최근 여배우들에게도 장르와 작품이 다변화된 환경에, 노련함이 쌓인 배우들이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과감한 도전을 하면서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lis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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