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식의 스토리텔링을 이야기할 때 자주 언급되는 중국음식 동파육, 소동파에 얽힌 이야기는 흥미롭다.

밥상을 앞에 놓고는 아무 말 없이 그저 묵묵히 밥을 먹어야 하는 것이 오랜 세월 우리 사회 가정교육이었다. 대화와 소통을 최고의 테이블 매너로 꼽는 글로벌 에티켓에 정면으로 대치되는 대목이지만 그 시절에는 나름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너나없이 곤궁하던 시절, 차려놓은 음식이 변변치 않은데 철없는 아이들의 음식투정을 원천봉쇄하기 위해 그러했을 것이고 식사 후 곧바로 일하러 나가려면 밥먹는 시간을 가급적 단축할 필요가 있지 않았을까. 그리하여 최대한 빠른 시간에 식사를 끝낸 까닭에 맛이며 미각은커녕 음식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펼치는 일은 불가능했다. 학교에서 도시락을 먹으며 친구들과 나누는 왁자지껄한 잡담이 식사 중 오갔던 중요한 대화로 기억된다.

그런 까닭에서일까, 우리 사회에서는 지금도 음식에 대한 느낌과 맛을 이야기하는 능력이 대단히 서투르다. 음식 특성에 관련된 용어사용도 극히 제한적이다. 종류에 관계없이 대부분 담백하다, 쫄깃하다, 식감이 좋다 등의 몇 가지 상투적 문구로 채워지고 있다. 여기서 식감이란 주로 씹는 맛과 그 감촉을 의미할 텐데 식감의 범주에는 이런 저작(咀嚼)감 이외에도 시각, 후각은 물론 음식을 자르거나 비비고 섞는 손맛 그리고 목넘김에 이르기까지 여러 감각 기능이 포함될 텐데 유독 씹는 맛에 국한돼 느낌과 표현은 더욱 협소해진다.

외국에서는 대체로 1970년대부터 학교에서 '미각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어린이들에게 다양한 감정과 표현, 자세로 음식(주로 아이들이 그다지 즐기지 않는 채소와 과일을 중심으로)을 썰어보고 먹은 후 느낌을 자유롭게 표현하도록 가르치는 과정이다. 이 교육을 통해 편식 습관을 고치고 음식물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동시에 여러 느낌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기량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어린이가 자신이 먹은 음식에 대해 문학적·철학적 차원의 표현을 하기도 한다.

맛집과 별미 탐방, 몸에 좋다는 음식을 찾기에 앞서 자신이 먹은 음식을 제대로 이해, 표현하고 거기에 얽힌 스토리텔링을 풀어내면서 소통과 공감을 이뤄보자. 그래서 맛에 대한 자신의 고유한 느낌을 다채롭게 펼쳐낼 수 있는 유용한 '미각교육'에 관심을 기울여 본다.

<한남대 프랑스어문학전공 명예교수·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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