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도심 보문산에서 멸종위기종인 담비가 발견됐다. 보문산이 멸종위기 야생동물 서식지로서 생태학적 가치가 높다는 방증이다.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2급 법적보호종인 담비는 식육목 족제비과로 한국, 중국, 러시아, 네팔 등에 분포하고 있다. 너구리, 오소리, 청설모, 설치류, 야생조류 등을 잡아먹는 육상생태계 최상의 포식자이다. 생태계 보호지역의 설정, 생태축 복원, 생태통로 조성 등에 활용가치가 큰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번에 발견된 담비는 하늘다람쥐, 삵과 함께 생태자연도 등급을 반영시키는 주요종으로 꼽히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보문산은 대전시 깃대종(지역 생태계를 대표하는 상징종)인 멸종위기2급 하늘다람쥐(천연기념물 제328호)의 주요 서식지로서 생태자연도는 2등급이다. 지난 13일 한 시민이 뿌리공원 인근 보문산에서 담비를 발견했다. 2004년에도 천연기념물 330호인 수달이 잇따라 발견되면서 뿌리공원과 보문산 일대의 자연생태계 보전에 대한 필요성이 크게 제기됐었다. 수달은 남해안, 동해안, 경남 거제, 섬진강 등 해안이나 산간지역에서 발견되기는 했지만 도심에서 서식한 것은 이례적이었다. 대전 도심 3대하천 환경이 점차 회복된 결과였다.

당시 종합생태계 조사를 통해 이곳에서 다수의 희귀한 야생 동·식물이 서식하는 등 생태 보전가치가 높은 지역임이 확인됐지만 생태보전지역 지정 등의 조치는 미뤄졌다. 보문산 일대에서 멸종위기종이 수시로 발견되는 건 그만큼 시사하는 바가 작지 않다. 보문산의 생태 자연도 등급을 1등급으로 상향 재조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때마침 대전시가 베이스볼드림파크와 연계한 전망타워, 곤돌라, 워터파크 등 보문산 개발계획을 구상하고 있어 환경단체와 미묘한 갈등을 빚고 있다. '보문산 활성화 공동위원회'를 구성, 생태보전과 관광활성화에 대해 협의 중이다. 대전시는 친환경적인 사업 추진방식이라고 설명하지만 갈 길이 멀다. 먼저 시민을 설득시킬 수 있어야 한다. 생태도시로 갈 건가. 그건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 우선 담비의 서식 실태를 정밀 조사하고 보호 방안부터 찾는 일이 시급하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