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여행을 하는 공원

▲ 양준일 팬미팅 포스터. 연합뉴스

☞매일 공원에 간다. 이 공원은 조금 특별하다. 온라인에서만 갈 수 있다. 추억을 부르는 곳이다. 노래를 들으면 과거로 돌아간다. 시간 여행을 한다. 이곳은 SBS 유튜브 채널이다. 이 채널은 1990년대~2000년대에 방영됐던 인기가요가 나온다. 24시간 스트리밍 한다. 원래 채널명은 'SBS KPOP CLASSIC'이다. 하지만 우린 '온라인 탑골공원'이라 부른다. 이는 '온라인'과 노년층이 많이 모이는 '탑골공원'을 합친 신조어다. 온라인에서 노인으로 치부되는 3040세대가 모이는 곳이라 이름 붙여졌다. 이곳에서 영상을 보며 함께 그리워한다. 추억을 나눈다.

☞회춘한 것처럼 설렌다. 옛 노래와 춤은 향수를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다른 재미도 있다. 영상이기에 그 시절 헤어·의상·메이크업이 다 담겨있다. 촌스럽지만 풋풋하다. 때론 오히려 파격적이다. 가수들뿐만이 아니라 MC·VJ들도 화제다. 지금은 톱스타인 전지현·송혜교·신민아 등의 앳된 모습을 볼 수 있다. 실시간 채팅도 별미다. 영상 속 가수들에게 별명을 붙여준다. 조성모는 '기도 소년', 손호영은 '호다니엘', 샤크라 려원은 ‘탑골제니’로 통한다.

☞이 공원에 설레는 건 우리뿐 만이 아니다. 10·20대도 들썩인다. 어쩌면, 그 시절에 태어나지도 않았던 친구들이다. 이 친구들에겐 촌스러움이 신선함으로 다가선다. '아날로그 감성'을 만들어낸 레트로 열풍도 한몫한다. 명곡들도 인기 요인이다. 지금 들어도 좋은 노래들이 너무 많다. 가슴을 울리는 가사들도 많다. 개인적으론 요즘 노래보다 확실히 좋다. 과거에 좋은 노래들이 다 나와서 이제 못 나오나 싶다. 좋은 멜로디가 고갈됐을지도 모른다. 그 정도로 다 주옥같다. 중독성이 뛰어나다. 정말 그때가 르네상스 시대였나 보다.

☞공원의 슈퍼스타도 있다. 가수 양준일이 그렇다. 그는 ‘탑골 GD’로 불린다. 1991년에 '리베카', '가나다라마바사' 등으로 활동했다. 그의 모든 게 화제다. 노래와 춤은 세련됐다. 패션 감각은 더 놀랍다. 지금 봐도 촌스럽지가 않다. '시대를 앞서간 가수'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생긴 건 꼭 GD와 닮았다. 큰 키에 모델 같은 비율은 감탄을 자아낸다. 10대 소녀들도 덕질할 정도다. 얼마 전 그는 JTBC '슈가맨 3'에 출연해 화제가 됐다. 오래전 활동 중단을 했기에 반응은 뜨거웠다. 곧 팬미팅도 개최한다. 생각해보면, 이 모든 게 유튜브가 일으킨 일이다. 현대가 과거를 부른다. 아이러니하다. 우리는 계속 발전한다. 하지만 끊임없이 그리워한다. 어쩌면, 돌아가고 싶기에 나아간다. 그렇기에 아름답다. 오늘도 우리들의 공원에서 산책해야겠다.

편집부 김윤주 기자 maybe0412@cctoday.co.kr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