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대전둔원고등학교장

법정스님 책 중에 오두막 편지라는 수필집이 있다. 평생 무소유의 삶을 실천하신 스님의 편지 속에는 우리가 담아내야할 주옥같은 의미가 많다. "덧없는 세월 속에서 의미 없는 삶으로 막을 내린다면 우리 인간사가 너무도 허무하지 않겠느냐"고 개인이나 사회 국가를 물을 것 없이 조화와 균형이 곧 건강이라고 말씀하셨으며 오늘날 우리 사회가 그 조화와 균형을 잃어가는 것을 90년대 후반 그 시절에 염려하셨다.

아스팔트에서는 생명의 싹이 움트지 않는다. 그냥 지나갈 뿐이다. 가슴이라는 중심기능이 마비되는 것을 우리는 죽음이라고 부른다. 따뜻한 가슴은 저절로 움트지 않는다. 이웃과의 정다운 관계를 통해서 사물과 조화로운 접촉을 통해서 가슴이 따뜻해지고 삶의 새싹이 트는 것이다. 일 년을 마무리하는 12월에 우리네 삶의 언저리를 어떻게 마무리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사람마다 자신의 생각이 있고 철학이 있고 행동이 있지만 그냥 혼자만이라면 그 무엇이 큰 의미가 있겠는가? 시작과 끝은 늘 같다. 다르면서 같은 것이다. 해가 뜨는 아침이 아까인데 벌써 해가지고 별이 보이는 밤이다. 그래서 삶의 의미를 더 가치 있고 보람 있게 사는 것이 현실세대를 살아가는 나와 우리의 목적이 되는 것이다. 누구든지 행복 하고 싶다면 자신이 잘하는 일을 하면서 성공을 하고 보람을 느낄 때 삶의 희열을 누릴 수 있다.

그렇지만 사업에 성공하고 돈을 많이 벌었다고 높은 명예를 얻었다고 행복할 수 있을까? 아마 그럴지라도 가정이 화목하지 못하면 직장이 조화롭지 못하면 사회가 분열되어 있다면 결코 행복할 수 없는 법이다. 그 조화로움을 위해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한다.

TV에 장인들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이 있다. 한 가지 일만 열심히 함으로써 명품을 만들어내고 그 명품은 일반상품과는 질적인 면에서 많은 차이가 있다. 그들은 전 생애에 걸쳐 한눈팔지 않고 열정을 다해 자신의 작품을 완성해 나간다. 곧 그것이 영원한 가치를 가지게 되는 것이다. 전통이란 그런 면에서 우리사회의 큰 가치가 된다.

흔히 물이고이면 썩는다는 말이 있다. 물만 그렇겠는가? 사람의 생각이나 사회의 현상도 어느 한곳에만 얽매여 갇혀 있다면 그 이상의 성장이나 발전이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늘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 그것으로 인해 다시 물이 흐르면서 살아있는 물이 되고 강이 되는 이치인 것이다. 하늘과 땅 사이에 한반도라는 이 땅에서 우리가 함께 사는 것이 얼마나 큰 인연인가? 스님은 늘 자연을 통해서 모두가 행복해지기를 기원하고 자신의 삶을 새롭게 시작하려고 노력하셨다.

우리도 자신에게 이웃에게 편지를 쓰자. 한해를 마무리하고 새롭게 시작하는 마음을 담아 다 같이 행복해지는 시간을 만들어 보자. 지금까지 담이 있었던 곳은 담을 헐고 길을 내보자. 마음의 문을 닫고 감정의 대립으로 싸웠던 이웃과는 화해를 해보자. 바로 그곳에는 추위가 있어도 따스함이 있고 눈밭에서도 겨울 꽃은 필 것이다. 법정스님은 우리에게 이렇게 편지를 쓰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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