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교육청 내년부터 확대 운영
경쟁에 떠밀린 맞벌이 가정 ‘불만’
외벌이 가정은 “평등 보육 바람직”
모집과정 가점제 적용 등 대안 필요

[충청투데이 강대묵 기자] 세종시교육청의 ‘유치원 방과 후 과정’ 전면 확대 방침을 놓고 이해 당사자간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그동안 세종의 ‘유치원 방과 후 과정’은 맞벌이 가정을 대상으로 모집됐다. 하지만 내년부터 외벌이 가정에게도 방과 후 과정의 문호가 열리면서, 치열한 경쟁 구도가 형성됐기 때문.

경쟁에서 떠밀린 맞벌이 가정은 “직장인의 육아 지원이라는 방과 후 과정의 본래 취지를 역행하는 정책”이라는 목소리는 높이고 있으며, 외벌이 가정은 “평등한 보육을 위한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맞서는 구조가 그려지고 있다.

17일 세종시교육청에 따르면 내년부터 신도심 내 단설 유치원 39곳 중 31곳이 교육과정과 방과 후 과정이 통합반으로 변경·운영된다. 세종시교육청은 지난 2016년부터 2019년까지 맞벌이 가정의 육아를 돕기 위한 취지에 맞춰 ‘방과 후 과정’의 대상을 맞벌이로 제한·운영했다.

하지만 외벌이 가정으로부터 확대 운영의 요구가 빗발치면서, 결국 이를 수용한 것. 세종시교육청은 방과 후 과정의 통합반 운영은 사회적 흐름이며, 전국 대다수 교육청이 운영하는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세종시교육청 관계자는 “방과 후 과정의 본래 취지는 맞벌이 가정의 육아를 돕기 위한 것이 맞다. 하지만 외벌이 가정의 방과 후 과정 확대는 사회적 흐름으로 볼 수밖에 없다”면서 “각각의 유치원들이 개별적으로 공동체를 대상으로 통합반 운영에 대한 논의를 거쳐 결정 된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내년부터 방과 후 과정이 확대·운영되면서 경쟁에서 떠밀린 맞벌이 가정은 비상이다.

세종의 한 맞벌이 가정 학부모는 “최근 세종의 단설 유치원 방과 후 과정 모집에서 탈락되면서,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진 상황”이라며 “인근 어린이집의 등원도 찾아봤지만 세종은 대기순번이 많아 어렵다. 대전과 청주로 아이를 보내기에는 거리가 너무 멀어, 결국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 육아 휴직을 해야 할 처지”라고 전했다.

외벌이 가정은 확대·운영을 반기고 있다. 외벌이 가정의 한 학부모는 “맞벌이 가정에게만 방과 후 과정을 누릴 수 있는 것은 이기적인 조치”라며 “평등한 보육을 위해선 통합반 운영이 바람직하다. 그동안 외벌이 가정은 아이들을 학원으로 보내고 있어 각 가정의 사교육비 부담도 컸다”고 전했다.

맞벌이 가정은 방과 후 과정의 모집과정에서 ‘가점’을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교육청 관계자는 “현재 유치원 원아 모집은 ‘처음학교로’의 시스템에 맞춰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세부 시스템을 조정하는 것은 교육청의 정책변화로 이뤄질 수 없는 부분”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선 선출직 교육감의 구조상 방과 후 과정 확대는 피할 수 없는 선택이라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지난 교육감 선거 당시 최교진 세종시교육감을 포함한 기타 후보들은 ‘방과 후 돌봄 확대’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방과 후 과정의 취지가 육아지원이 반드시 필요한 맞벌이 가정임을 알면서도, 표심을 얻기 위해선 외벌이 가정을 나몰라라 할 수 없는 구조인 탓이다.

교육계의 한 전문가는 “선출직 교육감은 외벌이 가정의 거센 요구를 외면할 수 없어 방과 후 과정의 문을 열어주지만, 결국 이 같은 정책은 방과 후 과정의 본래 목적을 상실하는 부분이 크다”면서 “결국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이원화 된 교육구조가 가장 근본적인 원인이다. 하지만 맞벌이 가정을 대상으로 일정부분의 가점을 적용하는 부분도 교육부 차원에서 검토돼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세종=강대묵 기자 mugi1000@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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