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동구 삼성동이 시끌벅적하다. 삼성1구역은 지상 49층~지하 4층 규모의 공동주택 1622세대, 오피스텔 210실 설립을 계획 중인 재개발지구이기 때문이다. 인근에 대전역과 지하철 역세권을 보유하고 있고, 대전천과 다양한 학군도 근접해 원도심을 활성화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은 구역이다.

하지만 재개발 사업을 눈앞에 둔 이 구역은 대전 유일의 인쇄거리이기도 하다. 700~800개의 인쇄업소가 모여 분업 된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고, 하나의 결과물을 만들어 낸다.

그렇게 집적된 인쇄업체 중 일부는 재개발이 시작되면 당장 3년 후부터 자리를 내어주고 떠나야 할 지도 모른다. 한 상인은 “인쇄업은 여러 업체가 협업해야 해서 대체부지로 떨어져 나가면 시간과 비용이 올라가고, 그렇게 되면 사실상 생업이 불가능해진다”며 “삼성동을 떠나면 이 직업을 버려야 한다는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호소했다.

재개발이 지역 호재임 알고 있으며, 재개발을 원천적으로 반대하지도 않는다고 덧붙이는 이들의 목소리가 묘하게 구슬펐다. 평생을 일궈 온, 그리고 평생을 일구려던 곳이 송두리째 없어질 상황을 말하는 취재원의 눈에는 눈물이 고였다. 꾹꾹 담아두고 있던 응어리를 터트리는 취재원의 모습에 재개발을 앞둔 원주민들의 고통스러운 하루하루가 짐작이 갔다.

도시개발사업. 좋다. 노후한 도시를 재정비해 도시기능을 회복하고, 주거생활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주민 동의 75% 이상이면 가능한 조합 설립 또한 눈앞에 두고 있으니, 재개발에 찬성하는 이들이 다수라는 의미다.

상인들 또한 이 점을 부인하지는 않는다. 다만 그 자리에서 일하던 상인들의 앞날은 제대로 결정되지 않은 상태다. 조합이 설립돼야 원주민 보상에 대한 구체적 논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조합 설립 다음으로 미뤄진 이들의 거취 문제 때문에 상인들은 밤잠 이루지 못하고 하루하루 걱정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재개발이 시작되면, 대체 부지를 넘어 원도심 상인들이 실질적으로 생업을 이어갈 수 있는 새로운 인쇄단지 조성 등 대안이 필요하다. 현재 상인들은 대체부지가 마련되더라도, 그 공간이 협소하거나 다른 업체들과 동떨어져 협업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우려를 내비치고 있기 때문이다. 화려한 도시개발을 위한 삶의 터전을 내 놓은 상인들의 삶이, 확실한 대책을 통해 보장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전민영·대전본사 취재2부 myjeon@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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