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희 청주시 국제협력관

트럼프 대통령 집권 후 미국 발 보호무역 바람이 전 세계에 불고 있다. 미국이 지난 70년간 구축한 자유무역 통상질서를 스스로 흔들고 있다. 2020년에도 총성 없는 무역전쟁은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보호무역은 국민들의 불만을 외부로 돌릴 수 있는 쉬운 수단이기 때문이다. 중·장기적으로 모두가 손해라는 점을 알면서도 유혹을 뿌리치기 어렵다.

한국은 지난 몇십년 동안 자유무역을 활용해 경제성장에 성공한 대표적인 국가이다. 그래서인지 자유무역은 지속해야만 하고, 그렇게 될 수 있다는 믿음이 우리에게 있다. 그런데 현실은 보호무역의 끝이 보이지 않고 있다. 잘못된 현실인가? 우리가 통상 외교를 잘하면 물줄기를 돌릴 수 있는가? 그렇지 않다.

며칠 전 미중무역협상 1단계가 타결됐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렸다. 그러나 잠정 봉합이며 패권전쟁의 성격상 승패가 가릴 때까지 기술, 금융 등 다른 분야에서 갈등은 지속할 것이다. 지난 500년 무역 역사를 살펴보면 자유무역이냐 보호무역이냐라는 통상 기본 질서는 예외 없이 초강대국이 결정했다.

지난 70년간 자유무역을 설파한 미국은 사실은 2차 세계 대전 이전에는 보호무역으로 성장한 나라이다. 2차 세계 대전을 거치면서 어느 나라도 감히 맞서지 못하는 초강대국으로 부상했다. 1945년 전후 질서를 세우면서 GATT(1995년 WTO로 확대 발전)라는 자유무역 체제를 출범시켰으며 이를 통해 세계를 자기 시장으로 만들었다.

50년대, 60년대 자본주의 황금기가 지나가고 70년대에 석유 파동으로 물가상승 속에 불황이라는 미증유의 사태에 직면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세계화와 금융화로 대표되는 신자유주의가 80년대 초에 등장했다. 경쟁력 향상을 추구하는 신자유주의로 인해 경기 침체는 극복했으나 소득 양극화 현상을 악화시켰다. 아울러 기술 개발로 인하여 고용 없는 성장 시대에 들어서 미국 등 선진국 제조업 일자리는 감소했다. 가진 자들은 엄청난 부를 축적했으나 노동자 등 서민층은 성장 혜택에서 소외되었다.

트럼프는 서민층의 불만을 달래기 위해 일자리와 실질 임금 감소를 중국 저가 수입상품 탓으로 돌리며 중국과 무역전쟁에 돌입했다.

일본은 트럼프의 공격적 통상 정책에 편승하여 국가안보를 내 세우며 한국에 핵심 부품 공급을 제한하는 수출 규제 조치를 취했다. 선진국이 자국 이익을 위해서라면 타당한 근거 없이 보호무역을 남발하는 시대에 들어섰다.

보호무역은 미국이 주도하고 있어 우리가 통제하기 어렵다. 자유무역이 최선의 가치라면서 선진국을 설득하자는 주장은 학문적이다. 눈 앞에 펼쳐진 어려운 환경을 냉정하게 분석하고 실현 가능한 극복 방안을 찾는 데 집중이 우리가 할 일이다.

세계 무역 역사에서 얻는 교훈은 혁신하는 국가만이 살아남았다는 점이다. 제조업과 정보통신기술이 세계적인 수준인 한국에게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기회를 혁신으로 연결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 정부, 기업, 노동자 등 3자가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 우리가 나갈 방향을 정한다면 중국, 일본, 독일, 대만 등과의 피할 수 없는 경쟁에서 승산이 있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