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경애 청주시 남일면장

청주시 남일면 행정복지센터에는 길고양이 두 마리가 같이 근무한다. '로미'와 '길순'이다. 로미는 동네 꼬마들이 이름 지어준 수컷 고양이이고 길순이는 면 행정복지센터 내 주무관 타칭 ‘캣파파’가 이름 지어준 암컷 고양이이다. 캣파파는 3년 전 남일면으로 왔는데 동물을 무척이나 사랑한다. 사비로 사료를 구입하고, 본인은 마시지도 않는 매일 신선한 우유를 온전히 고양이를 주기 위해 배달 주문을 한다.

발령 당시 행정복지센터 주변을 주인 없이 떠돌아다니는 것이 안타까워, 먹이를 챙겨 주며 보살피다 보니 캣파파와 함께 자연스레 남일면 행정복지센터의 직원(?)이 됐다.

두 직원(?)은 사무실을 제집처럼 수시로 드나들며, 이리저리 주변을 전혀 경계하지 않고 활보를 한다. 일반 고양이들은 눈만 마주쳐도 도망가느라 정신이 없는데 이 작은 친구들은 전혀 거리낌 없이 그저 여유롭게 본인들의 갈 길을 갈 뿐이다. 사무실 책상 밑에서 휴식을 취하기도 하고, 간혹 책상 위에 앉아 쉬기도 한다. 이런 모습에 동네 주민들이 "그놈들이 농지원부를 떼어 준다"라고 농담할 정도이다.

청주시의 최근 5년간 동물 유기 사례는 6000여건이나 된다. 전국 순위로는 제주도가 1위이고, 우리 시가 네 번째라고 한다. 대다수가 반려견이겠지만 고양이도 상당수일 것이다.

1인 가구 수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그에 따른 반려동물의 수요도 계속 늘고 있는 현실이다. 과거에는 '애완동물(愛玩動物)'이라 단순히 동물을 사랑하는 차원이었다면, 지금은 사람과 더불어 사는 반려동물로서, 친구가 돼주고, 가족이 돼 정신적인 안정을 주는 등의 '더불어 같이'의 의미가 크다.

고양이의 경우 임신기간이 60여 일로 매우 짧고 보통 한 번에 4∼6마리 정도 출산을 하다 보니, 1년에 두 번 정도 출산한다 해도 늘어나는 개체 수는 상상 그 이상이며 관리에 한계가 있음을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는 수치일 것이다.

지자체별로 늘어나는 고양이의 개체 수에 골머리가 아픈 현실 앞에서 효과적·적극적 관리를 위해 행정기관에서 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는 인위적으로 중성화 수술을 하는 것이다. 로미와 길순이도 중성화 수술을 해 한쪽 귀에 표식이 돼 있다.

청주시에서는 관련 업체의 용역이 시행돼 길고양이를 포획하고, 중성화 수술 후 기존에 있었던 그 자리에 다시 놓아주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그것마저도 예산이 소진돼 하반기에는 손을 놓고 있다.

또한 개인이 동물 병원에 중성화 수술을 할 경우에는 15만∼20만 원 상당의 돈이 든다. 반려묘를 키우는 일반 가정에서는 번식에 대한 부담감만큼이나 수술비에 대한 부담을 안고 있다.

서울시는 기초생활수급자·차상위계층의 반려동물은 무료로 중성화 수술을 해주고 있다. 청주시는 현 길고양이의 수마저도 다 해결을 못 하는 상황이다 보니 서울시 수준까지는 따라잡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실정인 것 같다.

청주시뿐만 아니라 전국의 길고양이로 인해 인적·물적 피해가 큼은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시의 적극적인 예산 반영으로 지원이 됐으면 하는 바람과 더불어 진심으로 반려동물을 사랑하고 아끼는 분들, 즉 우리 캣파파 주무관 같은 분들만 반려동물을 키웠으면 하는 간절한 소망을 빌어본다.

"로미야, 길순아, 출근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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