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지대병원 권역외상센터
24시간·365일… ‘대기 중’
밤 10시 넘어 구급차 속속
묵비권 행세 환자 곧 쿨쿨
치료 거부 여성 결국 집으로
“난폭한 주취환자가 최악…”

▲ 어둠이 내린 대전을지대학교병원 권역외상센터·응급의료센터에 구급차가 환자들을 이송하고 있다. 사진=선정화 기자

[충청투데이 선정화 기자] 환자의 생사가 오가는 응급실은 종합병원에서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 유일한 공간이다.

어둠이 내린 11일 오후 8시경 대전을지대학교병원 권역외상센터·응급의료센터에는 낮과는 다른 긴장감이 감돌았다. 중증 응급환자의 골든타임을 지키려고 대기 중인 전문 의료진들은 센터 문이 열릴 때 마다 긴장한 눈으로 입구를 바라봤다.

권역외상센터로 지정된 을지대병원에선 24시간·365일 교통사고와 추락사고 등에 의한 중증외상 환자의 응급수술 및 치료가 이뤄진다. 주로 교통사고와 추락 등 다발성 골절로 광범위한 신체 부위에 손상을 입고 과다 출혈과 같은 심각한 합병 증상을 보이는 중증외상환자를 치료한다.

을지대병원 중증 외상센터 관계자는 “한국에 온지 2주 밖에 안된 네팔인이 공사장에서 일을 하다 철판에 깔려 하반신을 크게 다쳤다”며 “으스러진 양쪽 다리를 절단하지 않고 살리기 위해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밤 10시가 넘어서자 구급차들이 연달아 환자들을 이송해 왔다.

이날 이송된 40대 중년 남성은 고속도로 운전 도중 멧돼지를 들이 받은 교통사고 충격으로 허리 통증을 호소했다. 의료진들이 즉시 환자의 중증도를 파악하고 있는 가운데 또 다른 구급차가 도착했다.

소주 2병을 마시고 귀가 도중 지하철 에스컬레이터에서 실수로 고꾸라지자 주변 신고로 응급실에 실려 온 50대 여성이었다. 당직 인턴이 치료를 위해 가족 연락처를 묻자 여성은 “알려주기 싫다. 부끄럽다”면서 정보 제공을 극구 거부했다.

결국 인턴의 설득 끝에 친구의 번호를 남겨둔 여성은 병원 검사를 받으며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손목과 다리 부근에 피를 흘린 30대 여성도 구급차에 실려 왔다. 의료진이 상처를 보려 손목 근처의 붕대를 풀자 피가 흥건했다.

해당 환자는 “제가 혼자 그랬다”며 “출혈이 심해 치료해야 한다는 진단을 받았지만 하고 싶지 않다”고 치료를 거부했다. 보호자인 남편까지 부른 의료진들은 “검사 받고 드레싱 하고 꼭 치료를 해야 한다”고 2시간이 넘게 설득했지만 환자는 뜻을 굽히지 않고 남편과 함께 집으로 돌아갔다.

예상할 수 없는 환자들이 새벽까지 응급실로 실려 왔다. 의료진은 사소한 경증으로 응급실을 방문하는 환자들, 부족한 인력 문제 등 고충을 털어놨지만 무엇보다 주취 환자를 가장 힘들어 했다.

한 레지던트는 “난폭한 주취자를 상대할 때 가장 힘들다”며 “아직도 의료진에게 욕설하고 폭행을 가하는 사람들이 많다. 의료진이 진료에 집중할 수 있도록 올바른 시민 문화가 정착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선정화 기자 sjh@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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