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초점]
민주당 장악한 충북도의회
李지사에 사실상 옐로카드
차기 해외개최지 선정 깜깜
존속 시험대 정기총회 주목

[충청투데이 이민기 기자] 이시종 충북지사가 역점을 두고 추진중인 세계무예마스터십이 존폐와 관련해 사실상 '옐로카드'를 받았다. 도의회 상임위에서 전액 삭감됐던 관련예산이 예결위에서 일부 부활하며 기사회생한 것이다. 그러나 차기 개최지가 정해지지 않는 등 개최여부가 여전히 불투명해 향후 추진 과제를 남긴 상태다.

충북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는 지난 11일 전액 삭감됐던 세계무예마스터십위원회(WMC) 2020년도 지원예산 15억 1000만원 가운데 계수조정을 거쳐 인건비와 운영비 등 총 7억원을 되살렸다. 1, 2회를 치른 세계무예마스터십이 WMC의 사무처 기능 마비로 폐지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거론됐으나 일부 예산이 가까스로 부활함에 따라 일단 '연명'하게 된 것이다. 앞서 도의회 행정문화위는 4일 WMC와 유네스코 산하 국제무예센터(ICM)의 기능 통합 등을 제안하며 15억 1000만원을 전액 삭감한 바 있다.

도의회 의석 분포도(총 29석 중 더불어민주당 26석·자유한국당 3석)를 보면 행문위에 이어 예결위의 의결은 '의미심장'하다는 풀이다. 행문위원 6명 가운데 5명이나 이 지사와 동일한 더불어민주당 소속이고, 예결위 역시 12명 중 11명이 민주당 당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도의회를 완벽에 가깝게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민주당 공천으로 내리 3선을 기록한 이 지사의 역점사업에 '브레이크'를 걸었던 것이다.

일각에서는 세계무예마스터십을 폐지해야 한다는 적잖은 여론이 도의회 예산심사에 정확히 투영됐다는 해석을 내놓는다. 예산투입에 비해 1, 2회 대회 흥행이 모두 저조한 데다 2회 세계무예마스터십 폐회(9월 6일)와 동시에 발표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차기 개최지도 여전히 '깜깜 무소식'인 점 등이 배경이다.

2016년 1회 대회는 81억원이 투입됐지만 관람객이 6만 7384명에 불과해 '안방잔치'였다는 평이 주를 이룬 바 있고, 2019년 2회 대회는 약 2배인 150억원의 예산을 편성하고도 관람객은 15만 556명에 그쳤다.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한 1, 2회 대회였다는 평이 나오는 이유다.

도의회 예결위와 행문위에서는 세계무예마스터십의 성과에 대한 의구심을 잇따라 표명했다.

특히 '충북과 무예'를 연결짓는 이유가 대체 무엇이냐는 물음표가 여전히 붙고 있다. 수백억원을 들여 미래 지향적 효과를 만들었냐는 게 기저에 깔려 있다. 이 물음은 2016년 1회 세계무예마스터십을 준비할 때부터 나왔다. 이런 맥락에서 지난해 6·13 지방선거 당시 도지사후보 공천을 노렸던 민주당 4선의 오제세 의원(청주 서원)은 "세계무예마스터십은 예산낭비로 폐지돼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세계무예마스터십이 존속 여부란 '시험대'에 오른 것으로 보인다. 충북도와 WMC가 2023년 3회 대회 개최지 선정이란 난제를 풀어야 하는 녹록지 않은 상황에 처했다는 얘기다. 만일 충북도와 WMC가 제시한 해외 개최가 불발에 그칠 경우 옐로카드가 '레드카드(퇴출)'로 바뀔 전망이다. 현실적으로는 2021년 지원예산 편성 자체부터 쉽지 않을 것이란 게 중론이다. 실제 3회 대회 개최지 결정 여부를 일단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도의회 예결위 계수조정 과정에서 막판에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전언이다.

WMC는 내년 9월 열릴 예정인 세계무예마스터십 정기총회에서 3회 대회 개최지가 결정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러시아와 인도네시아, 투르크메니스탄 등이 개최의사를 직·간접적으로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발(發)' 옐로카드를 받은 충북도와 WMC가 180도 뒤집기를 통해 세상의 주목 속에 무예종주국의 꿈을 이룰지 지켜볼 대목이다.

이민기 기자 mgpeace21@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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