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평섭의 충청역사유람] 57 태안 앞바다와 안흥성
中 산동반도와 가까운 안흥성… 19개 군민 동원됐던 조선의 요충지
요즘은 관광지로 유명한 안흥항… 밤이면 오징어잡이 배로 불야성
2007년 5월 우연히 발견된 해저유물… 1131년 난파된 배로 밝혀져
유물 3만여점… 폭 3㎝·두께 3㎜ 목간 등 “고려史 관련 희귀 사료”
안흥항 맞은 편 신진도에 태안 해양유물전시관 개관… 또다른 명소로

▲ 조선시대 군사적 요충지였던 안흥성. 태안군 제공
▲ 해양유물전시관 내부 모습. 태안 해양유물전시관 제공
▲ 보물 1784호 청자연꽃줄기모양매병. 태안 해양유물전시관 제공
▲ 태안 해양유물전시관 내부 모습. 해양유물전시관 제공
▲ 태안 해양유물전시관 전경. 해양유물전시관 제공
▲ 보물1782호 청자두꺼비모양 등 제2상설전시실 전시물들. 태안 해양유물전시관 제공
▲ 마도 2호선 발굴 당시 모습. 태안 해양유물전시관 제공
▲ 태안 해양유물전시관 제1상설전시실. 태안 해양유물전시관 제공
▲ 제2상설전시실 모습. 태안 해양유물전시관 제공
▲ 제4상설전시실에서 볼 수 있는 장기알. 태안 해양유물전시관 제공

'태안의 안흥성에 올라가면 고요한 밤에는 중국 산동반도에서 개 짖는 소리가 들린다'는 말이 전해 오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기다려도 중국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아무 것도 없다. 그만큼 안흥성과 중국 산동반도가 가깝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그런 말이 전해 온 것 같다.

우리나라 지도를 토끼에 비유한다면 토끼 앞다리에 해당하는 툭 튀어 나온 곳에 안흥성이 있다. 높이 3~4m에 둘레 1500m의 돌로 이뤄진 석성(石城). 1655년(효종 6년) 인근 19개 군민들이 동원돼 군사적 요충지로 만들었는데 지금은 안흥항이 활기를 띠면서 관광지로 각광 받고 있다.

이곳 근해에서 잡히는 감성돔, 우럭, 전복, 해삼, 광어 같은 신선한 횟감이 사람들 입맛을 돋운다. 특히 요즘은 동해에서 잡히던 오징어가 떼로 몰려와 밤마다 오징어잡이 배로 불야성을 이룬다.

새우 등 양식어장도 많이 널려 있다.

이처럼 안흥은 수산물도 풍부하지만 우리나라 해저 유물의 보고로 알려지면서 전국에서 많은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그것은 2007년 5월 주꾸미를 잡던 어부에서 비롯됐다. 태안의 안흥 앞 바다에서 주꾸미를 잡던 어부는 놀랍게도 고려청자와 항아리를 걷어 올린다.

어부도 놀랐고 신고를 받고 달려온 문화재청 공무원들도 놀랄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이곳 바다 밑에 800년 전 각종 유물이 원형 그대로 보존돼 있었을까?

이곳 태안 신진도와 안흥 사이의 바다는 '안흥량'이라는 험한 물살로 조난사고가 많이 발생하던 곳. 인근의 마도, 대섬 등 다섯 척의 난파선 모두 그렇게 침몰된 것이다. 2007년 발견된 이곳 해저 유물도 1131년 전라도 강진에서 당시 고려 왕도였던 개성으로 가던 배가 전복되면서 쏟아진 것인데 국보급 고려청자에서부터 선원들이 항해하면서 사용하던 밥그릇, 취사도구에 이르기까지 가지 수가 3만점 가까이 이른다. 물론 난파된 배도 원형 그대로 수장돼 있어 고려시대 선박 연구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

무엇보다 바다에서 건져낸 유물 중에 특이한 것은 목간(木簡)이다. 목간이란 이름 그대로 나무에 쓴 편지 글이다. 폭 3㎝, 깊이 20~50㎝, 두께 3㎜정도의 목간에는 글씨가 거의 지워지지 않는 것도 많았다. 거기에는 '강진에 사는 아무개가 개성에 있는 귀족 누구에게 보내는 청자 몇 점' 등 보내는 이의 직책과 이름 그리고 받는 이의 지위와 이름 등이 적혀져 있어 지금으로 말하면 택배 운송표 같은 역할을 했다. 뿐만 아니라 학자들은 목간들을 통해 한동안 고려를 지배했던 '최씨 무인정권'이 새로운 무인정권으로 바뀌는 정황 등 당시 고려왕조의 정치적 상황을 엿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가 되고 있다고 말한다. 이처럼 목간을 그동안 남해 완도 등 여러 번 난파선에서 걷어 올린 해저 유물이 많았지만 태안 앞 바다에서 처음 발굴되어 학계에 생소한 사료(史料)가 되고 있다.

정부는 이곳에서 발굴된 유물들을 모아 전시할 '태안 해양유물전시관'을 안흥항 맞은 편 신진도에 건립하고 지난 11월 18일 개관식을 가졌다. 특히 안흥항 맞은 편 가까운 신진도는 다리가 놓아져 있어 불편 없이 해양유물전시관을 둘러 볼 수 있다. 서해안의 또 하나의 명소가 된 것이다. 중국의 개 짖는 소리가 들린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서해안에서 가장 돌출된 안흥성-이제 서해안시대 요충지가 되고 있다. <충남복지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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