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면 여기저기서 공짜로 나눠주던 달력과 다이어리가 사라지고 있다.

장기간 이어진 경기불황 여파로 기업들이 관련 지출을 줄였기 때문인데, 이 기간 인쇄물량 증가로 호황을 맞이해야 할 지역 인쇄업계는 특수 실종에 울상 짓고 있다.

반면 공짜 달력이 줄어들자 문구점이나 팬시점 등에선 달력을 구매하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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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대전·세종·충남 인쇄정보산업협동조합과 지역 인쇄업계 등에 따르면 대전지역 종이 달력 주문량은 지난해 50만 여부에서 올해 20만 여부로 30% 이상 크게 줄어들었다.

실제 대전 중구 A인쇄업체의 경우 올해 달력 주문량은 이날 기준 3000부로 지난해 같은 시기인 5000부보다 약 30%가량 감소했다.

달력 인쇄 물량 감소는 경기침체가 시작된 2010년 초부터 꾸준히 줄어들기 시작했다.

평소 거래 업체 당 1000부씩 들어오던 물량은 올해 반 토막 난 500부로 줄었다.

중구의 소규모 인쇄업체인 B 인쇄소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2013년 달력 주문 거래처는 올해 4분기를 기준 10곳이었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 3곳에 그쳤다.

매출액도 20~30%가량 감소했다는 게 업체 측의 설명이다.

A 업체 관계자는 "해를 거듭할수록 주문량이 꾸준히 감소해 왔다"며 "종이 값이 매년 많게는 5%씩 올라가면서 원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경기불황으로 달력 주문마저 꺼리는 탓에 매출은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고 토로했다.

최근 관공서나 은행, 기업 등에서도 무료 달력과 다이어리 생산을 자제하며 예년보다 그 수가 확연하게 줄어들고 있다.

경기불황이 장기간 이어지면서 달력 생산 예산을 타 사업비로 분배하거나 아예 없애고 있다.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등 유통업체도 우편 광고물까지도 주문을 끊은 지 오래다.

C 유통업체는 달력 주문을 지난해 300부에서 올해 200부로 줄였다.

C 유통업체 관계자는 "불경기인데 달력을 대량 찍어내자니 부담으로 다가왔고 홍보효과도 미미해 불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벽걸이 달력은 아예 주문을 넣지도 않았고 탁상 달력 정도만 직원들과 협력사를 위해 주문했다"고 말했다.

무료로 달력을 나눠주는 기업들이 점점 줄어들면서 달력과 다이어리를 직접 사는 사람들은 많아지고 있다.

대전 서구의 한 대형서점 문구 판매점의 '2020년 달력 및 다이어리' 판매대는 손님들로 붐비고 있다.

특히 탁상달력의 수요가 눈에 띄게 늘었다.

인기 브랜드에서 나온 상품의 경우 소량 재입고되거나 이미 동나서 구입할 수 없는 상황이다.

문구 판매점 관계자는 "원래 기타 문구용품 판매율이 전체 매출의 90% 이상을 차지한다"면 "최근에는 연말과 연초 달력을 사려는 발길이 급등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심건 기자 beotkkot@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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