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워할 수 없는 반항아 연기…"엄마와의 관계에 깊은 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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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본 모습과 닮은 인물이라 편하게 연기했어요. '어떻게 하면 (영화가) 더 재밌을까?'라는 고민만 했죠."

배우 박정민(32)이 신흥종교단체와 관련된 미스터리한 정비공('사바하')과 포커판을 주름잡는 타짜('타짜: 원 아이드 잭')를 거쳐 올해 세 번째로 관객을 찾는다.

오는 18일 개봉하는 영화 '시동'을 통해서다. 이번에는 학교도 집도 싫은 10대 반항아 택일로 분했다.

11일 종로구 소격동에서 만난 박정민은 "택일을 말은 안 듣는데 사랑스럽고 너무 밉지 않은 인물로 만들려고 했다"고 강조했다.

"택일은 결핍이 있는 인물이에요. 원작 웹툰에서는 매우 건조한 인간이기도 하고요. 50편이 연재됐던 웹툰과 달리 영화는 두 시간 안에 인물을 이해시켜야 하니까 그런 건조한 캐릭터로는 관객에게 다가가기가 쉽지 않겠더라고요. 그래서 너무 미움을 받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죠."

그는 이제 막 성인이 된 10대를 연기하면서 "자연스럽게 내가 10대 때 했던 행동들이 생각이 났다"며 "요즘 고등학생처럼 보이려고 줄임말 등도 써봤는데 오히려 어려 보이려고 하는 것 같고 영화에 도움이 안 될 것 같았다"며 본연의 매력을 보여주려고 했다고 말했다.

하고 싶은 것은 해야 하고 하기 싫은 것은 안 하는 택일은 엄마의 잔소리를 벗어나 혼자 살아보기로 결심하고 무작정 길을 떠난다.

엄마를 무인도에 갈 때 함께 가고 싶을 정도로 사랑하지만, 항상 툴툴대는 택일의 모습에 박정민은 깊이 공감했다고 한다.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가 다 그런 것 같아요. 마음은 굴뚝같은데 간지러운 말 하기가 조금…. 택일이도 가족이라고는 엄마밖에 없는데, 그런 엄마와 사이가 틀어지니까 더 아이처럼 싸우는 모습이 공감되더라고요. 저도 비슷했던 경험이 있어서요. 영화 속 택일이와 엄마의 관계가 주된 내용이기도 하고요."

엄마를 연기한 염정아에 대해서는 "원래 팬이었고 뵙기 전에는 설렘 반 걱정 반이었는데 좋아하는 감정을 감추지 않으시니까 마음이 편해지면서 나도 다가갈 수 있게 됐다"며 "후반부 감정 신(scene)을 찍을 때는 옆에서 도와주셔서 엄마 생각도 나고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택일은 집을 떠나 우연히 들어가게 된 장풍 반점에서 정체불명의 거석이 형(마동석 분)을 만난다. 단발머리에 분홍색 티셔츠를 입고 외모 변신을 시도한 마동석에 대해 박정민은 "'아주 열심히 사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웃었다.

"선배님이 가발 쓰고 나타나는 순간 모두 다 '이 모습이 이 영화의 색깔이구나'라고 인지했죠. 택일이 거석이 형에게 많이 맞는데, 워낙 동석 선배님이 액션 장면을 잘 아시니까 많이 도와주셨어요. 무술 감독 없이 동석 선배님이 다 하셨죠."

올해 개봉한 세 편의 영화에서 각기 다른 역할을 보여준 박정민은 "그동안 맡았던 역할들이 제 원래 모습과는 다르고 극단적이어서 연기하면서 어려웠다"며 "이번엔 어떻게 재밌을지만 고민했다"고 했다.

내년에도 '사냥의 시간'(가제) 등 영화 개봉을 기다리고 있는 그는 "내 몫을 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했다.

"'우리나라에 그런 영화배우가 한 명 있지' 하는 정도면 저는 좋을 것 같아요. 같은 영화인들이 봤을 때 창피하지 않은 배우요. 한국 영화계에서 뚝심 있는 선배님들을 따라가면 좋겠죠."

작가로서 책을 출판하기도 한 박정민은 책방도 운영하고 있다. 그는 "책방은 지금 돈을 못 벌어서 유지도 안 되는 수준"이라며 웃었다.

d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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