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진근 대전시의회 운영위원장

우리나라 지방재정은 그 속성상 그렇듯이 상시적인 재정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지방재정은 기본적으로 수지균형의 원칙이 적용되고 중앙정부의 엄격한 통제 하에 놓여 있기 때문에 지방채 발행이나 지방세목의 신설 및 세율 변경에 제한을 받고 있다. 중앙정부의 의사결정에 의해서 지방재정의 자원이 징발되는 경우가 많아서 지방자치단체의 자체사업 수행을 위한 재정여력을 저하시키는 현상도 보이고 있다.

한 명의 지방의원으로서 지방자치가 도입된 이래 지속적으로 지방재정이 중앙에 종속되고 자율성을 상실한 채 중앙의 대리인 역할만 하는 걸 지켜보는 일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었다. 그 원인으로 지방세와 세외수입 등 자체재원의 증가속도보다 보조금과 지방교부세 등 의존재원이 월등하게 급증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지방재정의 자립기반을 위한 강력한 재정분권’을 위해 현재 8대 2인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7대 3 혹은 6대 4까지 개선하고, 지방재정의 자주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지방교부세율 상향과 국고보조금 정비 등 이전재원 조정 및 지방재정의 건전성 강화와 고향사랑기부제 도입 및 주민참여 예산 확대 등을 제시하고 있다.

우선 중앙정부는 지방자치단체가 결코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법과 제도를 고쳐 지방을 좀 더 유연하게 해 줄 책무가 있다. 지방이 아무리 몸부림쳐도 제거할 수 없는 거미줄과 같은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지방이 더 잘할 수 있는 일을 중앙이 간섭해 왔다면 과감히 지방에 넘기고 이에 걸 맞는 돈도 넘기는 재정분권을 위한 청사진을 선도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지금까지 추가적인 사무이양에 따른 재원이전만이 정당하고, 지방소비세와 소득세를 이양하면 지역 간 재정력 격차가 커져 바람직하지 않고, 재정분권을 통해 재정형평 등 관련 문제를 일시에 해결해야 한다는 중앙의 주장은 지방에 결코 재원을 넘겨줄 수 없다는 ‘몽니’에 불과하다는 것을 만천하가 잘 알고 있다. 또 지방 역시 재정분권으로 인한 자신의 수입만 따져 상대적으로 이득이 적은 방안에 대해 백안시하거나 반대하는 이기적 행태는 그만둬야 한다.

이미 저출산 고령화에 더해 4차 산업혁명과 청년실업 등 복잡다기한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보다 유연하고 다각적인 지방의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따라서 중앙은 국가가 해야 할 국방과 외교, 사법 등에 집중하고 지방은 다양한 주민의 삶과 복지향상에 노력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고 복지수요를 비롯한 재정수요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는 점에서 앞으로 국가재정과 지방재정 모두 재정부족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국가재정과 지방재정 간의 갈등도 강화될 것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지방재정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필요한 시기가 됐다. 결국 문재인 정부가 제시한 재정분권을 제대로만 추진한다면 과거 정부가 하지 못했던 중앙과 지방의 협치가 가능하게 될 것이며, 이를 통해 진정한 의미의 자치분권이 실현되리라 확신한다. 따라서 정부의 재정분권 계획이 조속히 추진되길 강력히 촉구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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