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가 어제 공개한 '2019년 한국인의 의식·가치관 조사'가 눈길을 끈다. 한국 사람이라는 게 자랑스럽다고 응답한 비율이 80%를 넘은 반면, 진보와 보수 갈등이 크다고 생각하는 응답 비율이 90%를 넘은 것이다. 전국 성인 남녀 5100명을 대상으로 지난 8월 27일부터 9월 27일까지 한 달간 벌인 설문조사에서다. 국민들이 실생활에서 느끼는 심정이 설문조사 결과에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고 판단된다.

'한국 역사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83.3%)'거나 '우리나라가 살기 좋은 곳이라고 생각한다(81.9%)'고 답한 사람이 절대 다수로 나타난 건 퍽 희망적이라고 하겠다. 이렇게 높은 수치가 나올 줄 몰랐다. 단순히 애국심 차원의 의견 개진은 아니라고 본다. 전반적인 상황을 고려했을 때 어느 정도 행복한지를 묻는 질문에 '행복하다'는 응답이 63.6%로 비교적 높게 나온 것도 고무적이다. 행복지수를 더 끌어올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우리 사회의 갈등양상에 대해서는 역시 부정적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진보와 보수간 갈등이 크다는 응답이 무려 91.8%나 됐다. 국민 대다수가 이념대립 등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심각한 건 2016년 조사 때보다 갈등이 크다는 응답률이 14.5%포인트나 상승했다는 점이다. 진보와 보수진영의 갈등은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있어왔으나 지금처럼 양극화가 심한 적이 또 있었나 싶다. 사회적 불신, 갈등의 골이 더 깊어지기 전에 치유하지 않으면 안 된다.

진보와 보수의 극한 대립은 대한민국의 발전을 가로막는 요소다. 애국 앞에 진보와 보수가 따로 일 수 없지만 세 대결로 치우치고 있다는 게 문제다. 진영 대립을 몰고 온 정치권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국론 통합에 나서야 할 정치권이 오히려 이념 갈등을 부추겨서야 되겠는가. 이래서는 공정사회 구현은 언감생심이다. 대화와 타협의 리더십이 아쉽다. 이번 조사에서 나타난 국민들의 의식·가치관은 곧 우리 사회의 거울로 무겁게 받아들여야 할 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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