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일원

김일원 청주시 청원구 건설과 관리팀장

나이가 들어가며 부쩍 건강을 챙기게 되면서 매일같이 걷기 운동을 하고 있다. 걷기 운동은 힘도 별로 안 들고 비용도 필요 없어 가장 즐겨 하는 국민운동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길을 걷다 보니 호불호(好不好)가 생겼는데 큰길보다는 작은 길, 아스팔트보다는 흙 길, 차 많은 길보다는 차 없는 길, 인공(人工)의 길보다는 자연의 길을 찾게 되는데 이 취향은 나뿐만은 아닌 듯싶다.

특히 도심의 거리를 걷노라면 사람과 차량이 홍수를 이루는 간선도로보다는 이면도로나 골목길을 택하고, 그중 양쪽으로 차량이 빽빽이 주차된 답답한 이면도로보다는 차량이 통행할 수 없거나 힘든 좁은 골목길은 걷고 싶은데 그런 곳에서는 왠지 마음이 포근해지고 사람 냄새가 솔솔 나서 마음이 무척 편안하다.

과거 산업혁명으로 증기기관이 발명되기 이전 교통수단은 우마(牛馬)나 목선(木船)이 전부였고 그마저도 없으면 걸어서 갈 수밖에 없었는데, 요즘은 걷기 싫어서 지척이라도 차량을 끌고 움직이다 보니 과거 보행로는 넓어지고 포장돼 차가 다니는 도로로 바뀌었다. 그러다가 최근 10여 년 전부터 불기 시작한 건강과 웰빙 열풍으로 사람들만 다니는 둘레길이 유행하면서 지방자치단체마다 둘레길 조성 붐이 일어났는데 이는 각박하고 획일적인 콘크리트나 아스팔트의 삭막함을 벗어나 어머니 품 같은 자연으로의 회귀하고픈 인간의 본능으로부터 생겨난 것이 아닐까 싶다.

지금 성안길 등 구도심은 침체일로에 있어 활력을 찾기 위한 도시재생사업이 한창인데, 기존의 것들을 모두 철거하고 새로 조성하기보다는 정겨운 골목길이나 한옥 같은 것들은 남긴 상태로 재생사업을 진행하면 좋겠다.

가령 골목길 담장에 벽화로 치장한다거나 울퉁불퉁한 노면을 걷기 좋게 시공해 각각 골목길을 연결해 청주 골목길 걷기 코스를 구축하면 청주 관광의 색다른 아이템이 나오지 않을까 본다.

청주 구도심을 보면 성안길이나 육거리시장 주변에 골목길이 흩어져 있는데 대부분 분위기가 썰렁하고 을씨년스러운 기운이 감돌아 이곳이 과연 도심인지 의문이 돈다. 이런 골목길 들을 서로 연결해 사람들이 걸을 수 있는 둘레길 코스로 만들면 그동안 찾지 않던 주민이나 관광객들로 붐비게 돼 현재 심각하게 침체된 상권의 활성화에 크게 부응하리라 본다.

유럽의 오래된 도시들은 도시 전체가 오래된 건물과 작은 골목길로 연결돼 있다. 그곳은 도시가 만들어진 당시부터 현재까지 큰 변화가 없이 유구한 세월을 이어져 왔다. 그것을 보고자 세계 각지에서 관광객들이 몰려온다. 만약에 그 도시들이 과거의 건물과 골목길들을 모두 없애버리고 현대식 빌딩으로 변모시켰다면 그곳으로 관광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

청주에는 아직도 개발의 폭풍이 비껴간 골목길들이 제법 많이 남아 있다. 그런 골목길들을 애물단지 취급하지 말고 활용해 정감 있고 아기자기한 둘레길 코스를 만들어 침체된 도심에 활력을 불어넣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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