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사 역점 추진사업 절체절명
도의회 예결위 내일 심사대 올라
토론 후 무기명 비밀투표 변수로
충북도 재단법인 등 절충안 검토

사진 = 충청투데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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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투데이 이민기 기자] 이시종 충북지사가 각 국가의 무예(武藝)에 담긴 호국정신, 민족혼을 담아내기 위해 역점을 두고 추진중인 ‘세계무예마스터십’이 절체절명의 폐지 위기에 놓였다.

충북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오는 10일 세계무예마스터십위원회(WMC) 내년도 지원예산 15억 1000만원 등을 놓고 심사를 할 계획이다. 예산은 사업비 8억 6500만원(WMC총회, 국제학술대회, 무예강연, 한국무예 세계화 방안 모색)과 운영비 6억 4500만원(인건비, GAISF 연회비 등)으로 구성된다. 앞서 도의회 행정문화위원회는 지난 4일 이 예산을 전액 삭감한 바 있다.

예산결산특별위는 10일 심사 과정에서 예결위원들과 충북도 집행부의 의견을 수렴했음에도 결론이 나지 않을 경우 '무기명 비밀투표'로 예산 증액 또는 삭감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박형용 예결위원장(더불어민주당·옥천1)은 8일 충청투데이와 통화에서 "지속가능한 사업이냐가 쟁점이 되지 않겠느냐. 모든 의견을 충분히 들어 볼 것"이라며 "갑론을박 토론 이후에는 결국 무기명 비밀투표가 진행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위원장으로서는 행문위의 전액 삭감 결정을 존중한다"고 덧붙였다.

행문위 차원의 전액 삭감 의결이 예결위에서도 그대로 이어지거나 인건비 등 일부예산만이 '부활'할 것으로 점쳐진다. 만일 예결위에서 마저 전액 삭감으로 의결할 경우 올해 2회까지 치른 세계무예마스터십은 사실상 폐지 수순을 밟게 된다.

행문위의 전액 삭감 이유는 WMC가 사단법인으로 운영되는 탓에 공적기구의 성격이 아닌 개인 사업적 측면이 강한 상황에서 15억 1000만원이나 책정하는 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란 판단에서다. 실제 WMC는 충북도 등의 관리·감독 대상이 아니다. 충주에 소재한 유네스코 산하 국제무예센터(ICM)가 WMC의 업무를 대신할 수 있는 점도 삭감의 또 다른 이유다. ICM이 문화체육관광부와 충북도, 충주시의 공동출자로 내년에도 20억여원의 예산을 사용할 수 있는 게 배경이다.

허창원 행문위 부위원장(민주당·청주4)은 "세계무예마스터십을 폐지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WMC의 재단법인화와 ICM과의 기능 통합을 고려해야 한다는 행문위 내 전반적 의견이 반영된 것"이라고 했다.

충북도에는 비상령이 걸렸다. 이시종 지사는 지원예산 총액을 되살리라는 '특명'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충북도는 WMC의 재단법인화 또는 ICM과의 기능 통합 등의 '절충안'을 심층 검토하고 있다.

민영완 충북도 체육진흥과장은 "3회 대회 개최지 결정 여부를 지켜본 이후에 예산 증액 또는 삭감을 거론해도 늦지 않다"며 "무예마스터십이 여러 난관을 뚫고 1, 2회 대회를 치렀다. 세계로 뻗어 나가려는 묘목을 잘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내년 9월 열릴 예정인 세계무예마스터십 정기총회에서 3회 대회 개최지가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부연이다. 러시아와 인도네시아, 투르크메니스탄 등이 개최의사를 직·간접적으로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충북도 일각에서는 최소한 인건비 4억 4500만원 등은 회생해야 한다는 논리도 펴고 있다. 도의회에서 촉구하는 재단법인화 또는 ICM과의 기능 통합을 추진 하기 위해선 WMC 내 사무처가 존속해야 한다는 것이다. WMC 사무처는 충북도 공무원 8명과 민간 6명 등 총 20명으로 구성됐다.

예결위에서 '무기명 비밀투표'를 통해 증액 또는 삭감 여부를 결정할 경우 전액 삭감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도의회 내 세계무예마스터십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반영될 것이란 얘기다. 지역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무예마스터십을 폐지해야 한다는 도의회 내 기류가 행문위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읽혀진다"며 "예결위에서 지원예산 전액 부활의 반전은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예결위원 총 12명 가운데 무려 11명이 이시종 지사와 동일한 민주당 소속인 만큼 인건비 등 일부 지원예산은 '기사회생'할 것이란 관측도 적잖다. 실제 충북도는 예결위원들을 상대로 막전막후에서 맨투맨식 예산 부활작전을 전개하고 있다.

이민기 기자 mgpeace21@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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