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캐스팅·시각효과·해외 로케이션 등으로 비용 상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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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19일 개봉하는 영화 '백두산'은 순제작비 260억원이 투입된 고예산 영화다. 광고·마케팅 비용까지 포함하면 실제로 투입되는 돈은 300억원대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화산폭발을 국내에서 처음으로 다룬 만큼, 시각 특수효과(VFX)에 상당한 공을 들였다. 여기에 이병헌·하정우·마동석 등 톱배우를 기용하고, 백두산 화산 폭발로 황폐해진 북한 모습을 담으려 춘천에 대규모 오픈 세트를 지으면서 많은 돈을 쏟아부었다. 제작비를 회수하려면 최소 극장에 730만명이 들어야 한다.

영화가 공개돼 봐야 알겠지만, 현재까지 흥행 전망은 밝은 편이다. 겨울 개봉작 가운데 관객 선호도가 가장 높아 1천만 영화 대열에 합류할 가능성도 있다.

해외에서도 판권 구매가 잇따른다. 배급사 CJ E&M 관계자는 "보편적인 이야기를 담은 재난 블록버스터여서 해외에서 충분히 통할 수 있는 소재"라며 "최소 100개국 이상에 팔릴 것 같다"고 말했다.

과거 한국 영화는 100억원대만 되도 '한국형 블록버스터'로 불리며 대작 영화로 꼽혔다. 최근에는 200억∼300억원대 안팎 작품도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군함도' '안시성'이 200억원대 제작비가 들었고, '신과함께' 1, 2편은 편당 170억원이 들어갔다.

올해 개봉한 '뺑반' '기생충' '사자' '나랏말싸미' '타짜: 원아이드 잭' '자전차왕 엄복동' '엑시트''시동' '천문': 하늘에 묻는다' 등에도 100억원대가 투입됐다.

제작비 상승 요인은 다양하다. 영화계 관계자는 "후반 작업이 강화되면서 작업비가 늘었다"면서 "특히 과거에는 기술적 한계로 도전하기 힘들었던 새로운 장르물이 탄생하면서 VFX 작업이 대폭 늘어난 게 한 요인"이라고 말했다. 스태프 처우 개선에 따른 인건비 상승, 멀티캐스팅에 따른 배우 출연료 상승도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내년에도 고예산 영화들은 줄을 잇는다. 해외에서 찍는 작품들이 많은 게 특징이다.

1월 개봉하는 '남산의 부장들' 순제작비는 170억원. 마케팅 비용을 포함하면 200억원을 뛰어넘을 것으로 보인다. 1979년, 제2의 권력이라고 불리던 중앙정보부장(이병헌)이 대통령 암살사건을 벌이기 전 40일간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미국, 프랑스 등 해외 로케이션을 진행했고, 1970년대 시대상을 구현하느라 제작비 상당 부분이 들어갔다.

'늑대소년'(2012) 조성희 감독과 송중기가 다시 호흡을 맞춘 '승리호'도 순제작비가 200억 원으로 책정됐다. 한국 영화 최초로 우주를 배경으로 한 SF 블록버스터인 만큼, 광활한 우주와 우주선을 구현하는 데 많은 돈을 들일 것으로 보인다.

류승완 감독의 차기작 '탈출: 모가디슈' 순제작비도 200억원 안팎이다. 1990년대 소말리아 내전에 고립된 남북대사관 공관원들의 목숨을 건 탈출 사건을 그린 작품으로 조인성·김윤석·허준호 등이 캐스팅돼 지난달부터 모로코에서 촬영 중이다.

100억원대 작품도 대거 개봉한다. 복제인간을 다룬 공유·박보검 주연 '서복', 윤제균 감독이 '국제시장'(2014) 이후 6년 만에 메가폰을 잡는 뮤지컬 영화 '영웅', 황정민·이정재·박정민 주연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강철비' 양우석 감독의 신작 '정상회담', '부산행' 연상호 감독의 신작 '반도' 등이 150억원 안팎 작품들이다.

메가박스가 투자·배급하는 황정민·현빈 주연 '교섭'(임순례 감독)과 송중기 주연 '보고타'(김성제) 역시 제작비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교섭'은 중동지역에서 납치된 한국인들을 구하는 국정원 요원과 외교관 이야기이며, '보고타'는 1990년대 콜롬비아에 이민을 떠난 청년들을 다룬 영화다. 두 작품 모두 해외에서 촬영된다.

영화계 관계자는 "영화가 단순한 관람이 아니라 체험하는 이벤트로 인식되면서 새로운 비주얼을 보여줘야 하다 보니 제작비도 덩달아 뛰었다"면서 제작비 고공행진은 불가피한 현상으로 내다봤다.

제작비 상승은 그만큼 위험을 동반한다. 흥행에 실패할 경우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제작사, 투자배급사뿐만 아니라 영화시장 전체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손익분기점을 넘기기 위해 성수기 시장에 앞다퉈 개봉하다 보니 출혈 경쟁의 악순환도 벌어진다. 지난해 추석 때 '안시성' '명당' '물괴' '협상' 등 고예산 영화가 한꺼번에 쏟아져 나와 네 작품 모두 흥행에 성공하지 못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해 겨울에도 '마약왕' '스윙키즈' 'PMC: 더 벙커' 등 대작들이 한꺼번에 고전하기도 했다.

한 중견 제작사 대표는 "큰돈을 들인 영화가 실패할 경우 영화 투자 자체가 위축될 수 있다"면서 "프랜차이즈나 검증된 시나리오가 아닌, 단발성 오리지널 영화에 고예산을 투입하는 것은 위험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이어 "고예산을 투입해 많은 관객을 모은다고 해도 손익분기점이 높기 때문에 수익률은 낮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해 대형 배급사 관계자는 "해외 선판매나 부가 시장 등을 통해 리스크를 줄여나가고 있다"면서 "다만, 국내 영화시장이 정체한 상황에서 관객 수에 대한 부담은 여전히 크다"고 털어놨다.

영화계는 '극한직업' 성공 사례를 주목한다. 올해 '극한직업'은 총제작비 95억원을 투입, 14배에 달하는 매출을 올렸다. 스타 감독과 배우, 시각적 쾌감에 의존할 게 아니라 참신한 소재와 기획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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