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급률 하락세… 30%도 안돼
찜기 안 호빵, 12시간 내 팔아야
찜기 청소도 문제… 점주 부담↑

[충청투데이 이심건 기자] 겨울 대전지역 편의점에서 김이 나는 따끈한 호빵을 바로 먹는 모습이 사라지고 있다.

다른 간편 식품의 등장과 유통기한 지난 호빵 재고 처리 문제 등으로 '호빵 찜기'를 사용하는 편의점이 줄고 있어서다.

5일 편의점 업계에 따르면 CU 전국 편의점(1만 3750개) 중 호빵 찜기를 사용하는 매장은 3600개(26.2%)에 불과했다. 2015년까지만 하더라도 약 90%였던 보급률이 무려 63.8%가 줄었다.

다른 업체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세븐일레븐 역시 전국 매장(9940개)의 21.1%인 2000곳 만이 호빵 찜기를 사용하고 있다. 이마트24는 10% 초반대, 미니스톱은 약 3%에 머문 것으로 나타났다.

몇 년 전만 해도 겨울이면 대부분의 편의점들은 찜기에 호빵을 쪄서 팔았다. 최근에는 편의점에 피자, 햄버거, 도시락 등 즉석 간편 식품이 늘어나면서 이전만큼 호빵을 찾는 고객이 많지 않다.

대전 서구의 세븐일레븐 편의점 한 점주는 "4년 전 겨울에는 호빵을 찾는 손님이 꽤 많았는데 최근에는 절반 이상 줄었다"며 "다른 간편 식품이 많아 상대적으로 호빵 판매가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추운 겨울에 편의점에서 호빵을 바로 먹는 모습이 사라진 또 다른 이유는 '폐기' 호빵 때문이다.

포장된 호빵의 유통기한은 3일에서 5일이다. 이를 개봉해 찜기에 넣는 순간 유통기한은 업체마다 짧게는 9시간, 길게는 12시간으로 짧아진다. 이 시간 내 호빵을 팔지 못하면 폐기 처리해야 한다. 편의점주 입장에선 5일 이상 판매할 수 있는 물건이 찜기에 넣는 순간 12시간 안에 팔아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서구의 GS25 편의점 한 점주는 "호빵은 날씨에 따라 판매량이 큰 폭으로 달라 하루 얼마나 팔릴지 예측하기 어렵다"며 "폐기는 발주한 점주의 몫이기 때문에 줄이는 게 더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찜기 청소도 문제다. 찜기 내부는 습도가 매우 높은 편이다. 찜기 안에 곰팡이가 생기거나 물때를 없애려면 찜기를 분해해 마른걸레로 닦아줘야 한다. 경우에 따라 30분이 넘게 걸릴 때도 있다.

편의점 업계는 호빵 찜기 이용률이 더 낮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호빵 찜기는 겨울 감성을 살리는 기구로 점포에서 많이 운영했었다"며 "이제는 실용적으로 영업하고자 하는 점주가 늘어 찜기 보급이 점차 낮아지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심건 기자 beotkkot@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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