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 서대전공원에 동상 건립 확정… 부지 적합성 의문
후보지 미포함·접근성 떨어져… 재논의 대신 건립만 몰두

▲ 5일 대전 중구 문화동 서대전공원에 신채호 동상 건립을 위한 공사가 진행 중이다. 사진=전밍영 기자
[충청투데이 전민영 기자] 단재 신채호 선생 동상 건립 장소가 서대전공원으로 확정된 것을 놓고 뒷말이 무성하다.

대전시가 발표한 신채호 동상 부지의 적합성이 떨어진다는 지적과 함께 동상 건립의 의의를 다각적으로 고려하지 않은 결정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5일 대전시에 따르면 단재 신채호 동상은 중구 문화동 서대전공원의 서대전네거리 부근에 세워진다. 동상은 공원 중심부를 바라보며 세워질 예정이다.

하지만 시가 동상 부지를 발표한 후, 일각에서는 부지 선정에 대한 의문을 쏟아내고 있다. 해당 장소는 사전에 검토됐던 후보군도 아닐뿐더러, 동상이 세워지기 적합한 곳이 아니라는 것이다.

동상의 위치 상 나무를 등지고 공원을 바라보고 있어 교차로 부근이라 하더라도 차량과 사람들이 쉽게 동상을 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서대전공원은 외부 관광객 유입이 거의 없는 장소라 불특정 다수를 위한 동상 건립의 의의 또한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중구 용문동에 거주하는 A(48) 씨는 “동상이 정면으로 보이는 도로에는 현수막 거치대들이 있어 시야를 가리고, 네거리 부근에는 지하철역이 있어 오가는 차량들도 동상을 보기 힘들다”며 “불특정 다수가 동상을 보고 신채호 선생을 기리기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6월 자문위원 6명으로 구성된 동상 건립 선정위원회가 동상 부지를 논의했을 당시 △대전역 광장 △시청남문광장 △옛 충청남도 청사 등이 후보에 올랐다. 위원회는 ‘접근성과 관광적 요소를 고려했을 때, 불특정 다수가 볼 수 있는 대전역이 가장 적합하다’며 대전역 광장을 최종 부지를 선정한 바 있다.

그러나 코레일로부터 동상 건립 불가 답변을 받은 시는 대체 부지로 서대전공원을 발표한 것이다. 이를 두고 시가 코레일과 논의할 시간이 충분했음에도 불구하고 미온적 태도로 인해 서대전공원으로 급선회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대전역 광장으로 부지가 선정된 것은 올해 상반기였지만 무산된 이후 다른 후보군은 고려하지 않고 3·1운동 100주년인 올해 내로 건립만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3·1운동 100주년이라는 기념적 타이틀에 매달릴 게 아니라, 기존에 논의됐던 후보지와 동상 건립 의의를 다시 논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시는 지난달에서야 코레일로부터 답변을 들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또한 서대전공원은 동상 부지로 논의된 바 있으며, 시와 위원회가 함께 선정한 부지라는 것이다.

시 관계자는 “서대전공원은 보문산이 시작되는 자락으로, 신채호 선생 생가인 어남동과 맞닿아 있어 정당성이 떨어지지 않는다”며 “외부 관광객 유입이 적은 사실은 시에서도 논의됐지만 그만큼 머무르는 이들도 많고, 원도심 활성화에서도 긍정적 효과가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고 말했다. 전민영 기자 myjeon@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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