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이 최우선이어야 할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관리에 구멍이 뚫렸다. 2020학년도 수능 성적 발표(4일)를 사흘 앞둔 그제 저녁 수능 성적이 사전에 유출되는 황당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한 수험생이 한국교육과정평가원 홈페이지에서 성적을 미리 확인하고 수험생 커뮤니티에 인증하는 게시글을 올린 것으로 밝혀졌다. 이후 주요 수험생 커뮤니티는 수능 성적을 확인했다고 인증하는 글이 속속 올라왔다. 교육부와 평가원은 비난을 받아도 할 말이 없게 됐다.

50만명이 넘는 수험생이 치르는 국내 최대 규모의 시험 관리에 구멍이 뚫렸다. 평가원 홈페이지에서 웹 브라우저의 개발자 도구 기능을 이용해 몇 번의 클릭만으로 성적확인 가능했다. 1994학년도에 수능시험이 도입된 이래 수능성적 발표 전 성적이 유출된 건 처음이다. 보안이 이렇게 허술해서야 되겠는가. 대형사고로 이어지지 않은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더욱이 평가원은 지난해 감사원으로부터 보안관리가 소홀하다는 지적을 받았다고 한다. 그렇다면 마땅히 보안조처를 강화했어야 했다.

이번 수능성적 유출이 대입전형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면 문제가 확산될 소지가 있다. 성적을 확인한 수험생들은 표준점수와 등급을 비교해 공식 등급컷을 유추하기도 했다고 한다. 수능성적 유출이 전형에 유불리를 미치지 않는다 해도 형평성에 어긋나는 것만은 분명하다. 수험생들이 성적을 조기 공개하라고 요구하는 이유다. 성적표 사전 인지의 위법성 여부를 놓고도 논란이 일고 있다. 당국은 법리검토를 떠나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부터 자성해야 한다.

수능성적을 미리 빼본 수험생이 312명이나 된다. 이로 인해 다른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큰 혼란을 빚었다. 평가원은 "심려를 끼친 점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책임소재를 분명히 한 뒤 재발방지책을 강구해야겠다. 수능시험 전반에 걸친 보안시스템 점검이 요구된다. 이번 기회에 여타 국가관리 시험은 보안에 문제가 없는지 살펴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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