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3일 대전시립청소년합창단의 제74회 정기연주회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꿈꾸며’는 합창단의 현재 모습과 비전을 볼 수 있었다. 민요, 가곡과 같은 소품에서부터 청소년이 소화하기에는 다소 난이도가 높은 글로리아 영광 곡에 이르기까지 음악적 아이디어는 상당했다.

그러나 후반부 DCMF 신포니에타와 합창이 호흡을 맞추는 상황은 음악회의 본질에 대한 생각을 다시금 일깨운다. 흔히 무대를 차별화해 변화를 주는 방법으로 합창이 오케스트라 기악반주와 함께 서는 경우가 있다. 이때는 기악과 합창이 철저히 자신의 책임을 다 할 때만 그 효과가 있다.

그렇지 않은 경우 오히려 기악이 합창을 방해하거나 불협화음이 집중적으로 발생해 의도치 않은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존 루터의 곡 영광은 소수의 앙상블로도 충분히 함께 할 수 있는 작품이다. 큰 규모의 오케스트라가 등장하면 언뜻 효과적으로 보여도 온전히 조화를 이루지 못하면 오히려 음악적 균형감이 깨지기 쉽다. 더구나 특별출연한 소프라노가 마이크를 대고 기대 이하로 노래를 한 것은 대전시립청소년합창단 무대에서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는 선례로 남았다.

한편 합창이 들려주는 청각적 현상을 넘어 보이는 부분을 섬세하게 신경 쓴 것이 눈길을 끌었다. 가장 두드러진 것은 무대장치였다. 하얗게 빛나는 깔끔한 크리스마스트리가 돋보였고, 합창단 뒤 배경영상이 과하지 않으면서도 미적으로 세련된 인상을 주었다. 반면 드라이아이스 사용은 공연을 풍성하게 하려는 명목으로 등장하지만 실제 과잉효과인 경우가 많아 언제나 사용여부에 고민해야 하는 장치다.

이렇듯 대전시립청소년합창단의 작품을 소화할 수 있는 스펙트럼이 전보다 더 넓어졌고 합창을 뒷받침해주는 장치가 정교해져 공연 시스템으로 정착한 것은 고무적이다. 단지 아무리 효과나 비전이 중요해도 본질은 지금 이 순간의 높은 음악적 완성도를 구현해야 한다는 원칙을 잊지 않는다면 시도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크고 작은 부족함이 한 단계 높은 도약의 밑거름으로 작용할 것이다. 오지희<음악평론가·백석문화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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