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순중 충남도 소방본부장

지난 30년 동안 소방관으로 근무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을 하나 꼽으라 한다면, 바로 사랑하는 동료의 안타까운 희생이라 할 것이다. 화재도, 희생도 일어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은 소방관과 국민 모두가 하나이지만 이런 가슴 아픈 소식은 이따금씩 우리에게 전해진다.

최근 5년간(2014~2018년) 소방청 통계에 따르면 한해 약 500여명의 소방관이 현장에서 다치고, 약 3.6명의 소방관이 현장에서 국민들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임무를 수행하다가 순직했다. 5년 동안 2500명의 동료가 현장에서 목숨을 잃거나 다친 것인데, 소방관을 직업으로 하는 이상 감내해야 하는 위험이지만 심리적인 부담감이 없을 순 없다.

보이지 않는 사고현장에서 들려오는 긴박한 무전소리, 손쓸 수 없었던 현장상황과 피해자 가족들의 눈물들, 그러한 아픈 기억에서 나오는 무거운 부담감에도 불구하고 소방관들은 다시, ‘First in last out’ 의 각오를 가슴에 새기며 어김없이 신고 현장으로 뛰어나간다. 이렇게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든든한 지원군이 지금은 국민 옆에서 항상 대기하고 있지만 사실 인명구조와 응급환자 이송을 전적으로 책임지는 기관이 없던 시절도 있었다. 그 시절 소방의 고유 업무는 화재진압이었고, 이후 88올림픽을 기점으로 각종 대형재난이 발생하면서 소방의 눈에 띄는 활약이 부각되었다. 이를 계기로 소방의 업무가 현재의 응급환자 처치와 이송, 각종 사고현장에서의 인명구조뿐 아니라, 동물구조, 문 개방 등 국민 생활안전까지 확대될 수 있었다.

중요한 것은, 이처럼 업무가 확대되고 인력도 확충되면서 소방 조직은 커지게 되었지만 이들이 책임져야 할 재난의 종류 역시 다양하고 복잡해졌다는 것이다. 소방관이 구조 활동 중에 만나는 수많은 위험들이 당연히 감내해야만 하는 것이고 오직 국민의 안전만이 중심으로 여겨지던 시절이 과거였다면 이제는 국민의 안전은 물론, 소방관의 안전도 함께 지켜야 한다는 것을 모두가 인식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최근 소방의 국가직 전환이 화두로 떠오르게 된 것도 이러한 인식의 변화에 따른 것이 아닐까 싶다. 지난 몇 년 간 추진되어온 이 법안이 여야 간 이견 없이 통과된 점도 그러한 시대적 상황이 반영됐다고 보여 진다. 내년도 전환 시행 후에도 인사권과 지휘권 등 상당부분이 시·도지사에게 남아 있을 것으로 보이나, 이는 그간 숙제로 여겨진 소방관 처우 및 장비개선과 같은 문제 해소를 위한 시초이자 수십 년 동안 이원화되어 이어온 조직체계를 단일화 하는 역사적인 시점임은 분명하다.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는 이 시대를 함께 이야기 할 수 없는 동료들을 생각하면 가슴 한 켠이 먹먹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으나, 그들의 용기와 헌신이 있었기에 지금 우리가 누리는 것들이 가능했다는 것을 함께 기억하고 감사할 수 있었으면 한다. 어느 한 명도 절대 헛된 희생이 없었으며, 세상에서 가장 가치 있고 숭고한 의미가 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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