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세종의사당 건립 근거를 담은 ‘국회법 일부 개정안’이 무작정 표류하고 있다. 세종의사당 설계비도 사실상 문 건너갔다. 20대국회의 마지막 정기국회 회기 내에 이 법안과 예산안이 동시 관철되기를 그토록 바랐던 충청민심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다. 자유한국당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신청에 맞서 더불어민주당의 본회의 불참이 격돌한 가운데 국회 올 스톱과 함께 여야 간 대화와 타협의 통로마저 꽉 막혀 버렸다. 앞날을 장담할 수 없다. 민생도 국가 현안도 기대 난망이다.

가장 큰 문제는 국회법 개정안의 물꼬가 일단 풀려야 세종의사당 로드맵도 확정할 수 있고 소요예산도 확보할 수 있을 터인데 법안 심의 자체가 더 이상 진전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회 운영위는 지난달 28일 국회운영개선소위를 열어 2016년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대표발의한 국회법 개정안을 계속 심사 안건으로 분류, 유보시켰다. 적어도 법안이 통과돼야만 예산도 풀 수 있는데 그럴 가능성마저 차단해버린 셈이다.

여야 정치권이 누구보다 이런 사정을 잘 안다. 올 연말을 놓치면 세종시의사당은 차기 국회에서나 거론될 개연성이 커진다는 점에서다. 그간 여야 정치권이 약속하고 실제로 보여준 가시적인 조치들이 무색해진다. 민주당은 정기국회를 앞두고 '세종의사당 추진특별위원회'를 구성·가동하면서 올해가 세종의사당 건립방안을 확정하는 골든타임이라는 점을 대내외에 천명하고도 실제로는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다. 한국당도 자체 예산 지침에 이어 황교안 대표의 “국회 전체를 옮기는 게 맞다”는 발언 등 석연찮은 행보로 진정성을 의심받고 있는 처지다.

‘세종시 행정수도 완성’은 시대적 과제다. 여야가 서로 ‘네 탓’만 하는 행태가 보기에도 어쭙잖다. 이전투구에 여념 없는 정치가 바로 정치불신의 온상이다. 전후 사정이 명백하게 규명돼야하고 그래야 정치발전·책임정치를 구현할 수 있다. 국민의 눈을 속인채 당리당략에 골몰하는 구태는 더 이상 들어설 자리가 없도록 하는 게 상책이다. 꼼수로 가득찬 과거와는 결별한, 유능하고 신뢰받는 국회상을 내년 4·15총선을 통해 정립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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