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근현대사전시관 ‘대전, 도시의 기원’
조선 고지도부터 1930년대 도시계획까지…
日대학서 찾은 ‘공주~대전 개수선로일람’도
1909~1915년 복무 조선수비대 장교 기증
큐레이터 토크 통해 조사내용 구체적 보고

▲ 대전 시제 70년, 광역시 승격 30주년을 기념하는 대전 7030 특별전 ‘대전, 도시의 기원’이 내년 2월까지 열린다. 이번 전시에는 최근 대전시립박물관에서 국외까지 사료수집에 나서 그 첫 성과라 할 수 있는 일본 리츠메이칸대학교 국제평화뮤지엄 소장 ‘공주~대전간개수선로일람’도 포함돼 있다. 대전근현대사전시관 제공

[충청투데이 최윤서 기자] 방문의 해를 맞은 대전의 정체성이 담긴 전시가 진행되며 의미를 더 하고 있다. 대전근현대사전시관은 내년 2월까지 대전 시제 70년, 광역시 승격 30주년을 기념하는 대전 7030 특별전 ‘대전, 도시의 기원’을 오픈한다.

‘지도로 보는 대전 100년’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번 전시는 1914년 대전군(大田郡) 성립 이전 과거 대전이 공주와 회덕, 진잠의 일부로 존재했던 시절의 조선시대 고지도부터, 근대이후 특히 1930년대 대전의 도시계획이 처음 입안되기 시작했던 시기의 지도들이 집중적으로 전시된다.

전시에는 대전군의 출생기록부라고 할 수 있는 1914년 대전군 설정 당시의 12개 면의 각 지도는 물론 일제강점기 대전시가지도, 1931년 촬영된 대전 최초의 항공사진, 대전읍과 대전부 시절의 지도 약 40여 점이 전시된다. 특히 이중에는 최근 대전시립박물관에서 국외까지 사료수집에 나서 그 첫 성과라 할 수 있는 일본 리츠메이칸대학교 국제평화뮤지엄 소장 ‘공주~대전간개수선로일람’도 포함돼 있다.

대전시립박물관은 지난달 13일부터 15일까지 3일간 일본 교토에 있는 리츠메이칸대학교 국제평화뮤지엄을 찾아 일제강점기 대전의 역사자료 약 40여점에 대한 목록을 작성하고 해당 자료에 대한 사진촬영을 진행했다.

이 자료는 20세기 초 충청도의 수부(首部)인 공주와 신흥도시 대전의 관계 및 두 도시의 초기 시가지의 구조와 규모 등을 보여주는 매우 귀중한 사료로 평가받고 있다. 현재의 금벽로 개설 이전 주로 이용된 지금의 창벽로 즉, 흔히 공주~대전 간 ‘구도로’로 불리는 약 40㎞에 이르는 금강변 도로의 공사 내용과 함께 뒷면에는 충현서원과 동학사, 유성온천과 같은 주변의 지역의 명소에 대한 개략적인 안내문이 수록돼 있다.

특히 당시 공주와 대전의 시가지 지도가 함께 인쇄돼 있어 1910년대 두 도시의 시가지 규모와 구조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사료로도 가치가 높다. 이 외에도 이번 조사를 통해 대전시립박물관은 현 대전 중앙로의 옛 모습과 콘크리트로 가설되기 이전의 목척교 사진, 최초의 대전역과 대전신사 사진 등을 확보했다.

이들 자료는 우에노 사다츠구(上野貞次)라는 인물이 리츠메이칸대학교 국제평화뮤지엄에 기증한 것들인데, 그는 1909년부터 1915년까지 조선수비대의 장교로 복무했다. 그의 부임지 중 하나가 대전이었는데, 이번에 조사된 자료들은 대부분 그 시기의 것들로 추정된다.

사진들은 대부분 엽서로 제작된 것들인데 군사우편으로 분류돼 있으며 수발신지가 ‘대전수비대(大田守備隊)’로 돼 있다. 대전수비대는 지금의 서대전역 부근에 주둔했던 일본군 보병 제80연대 3대대 이전 대전을 방어했던 일본군 병력이었다.

현지조사를 진행했던 고윤수 학예연구사는 “보병 80연대 3대대의 자료는 주둔했던 기간이 길어 상대적으로 많은 기록이 남아 있는 반면 대전수비대에 관한 기록들은 매우 희귀했는데, 이번 조사로 중요한 자료들을 확보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어 “이들 서신과 사진들은 개인 신상에 관한 내용도 많지만, 군사우편이라는 점에서 일제의 대전 침탈과 관련돼 부대의 위치나 규모 등을 추정할 수 있는 고급 정보들 또한 담고 있다”며 사료적 가치가 적지 않다고 평가했다.

이번에 조사된 자료들에 대한 구체적인 보고는 특별전의 부대행사인 ‘큐레이터 토크’를 통해 이뤄질 예정이다.

류용환 대전시립박물관장은 “올해 대전 7030이라는 이름 아래 여러 행사들이 열렸지만, 7030이라는 숫자의 깊은 역사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대전’이라는 지명이 처음 등장한 시기부터 지금의 우리시가 대전면과 대전읍, 대전부를 거쳐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과정들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번 전시는 그런 취지 아래 우리 도시 대전의 성립과 발전, 그 모두를 지도라는 매력적인 사료를 통해 접근해 보는 자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일관계가 심하게 경색돼 있는 시점이지만, 이럴 때일수록 학술과 문화 교류는 지속돼야 한다”며 “일본 내 양심적 평화세력과의 연대를 모색해 왜곡돼 있는 역사적 사실들을 일본에 바로 알리는 노력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리츠메이칸대학교 국제평화뮤지엄은 제국주의시대 일본이 자행한 전쟁범죄에 대한 반성과 성찰을 통해 국제사회의 평화를 진전시킬 목적으로 1992년 개관했으며, 동대학에는 ‘옥중 19년’의 저자 서승 교수가 센터장을 맡기도 했던 일본 내 대표적인 한일관계 연구와 동아시아 평화운동의 산실인 ‘코리아연구센터’가 설립돼 있기도 하다. 최윤서 기자 cys@cctoday.co.kr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