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마당] 미술품 수집의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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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마당] 미술품 수집의 즐거움
  • 충청투데이
  • 승인 2019년 12월 01일 15시 44분
  • 지면게재일 2019년 12월 02일 월요일
  •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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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승혜 대전시립미술관장

미술품 수집은 즐거움 그 자체다.

미국 클리블랜드미술관의 큐레이터 시절에 미술관은 지역 미술 수집가를 양성하고 지원하는 전략이 있었다.

미국식 커뮤니티 공동체의 가치관은 예술가, 수집가, 후원자, 미술관이 유기적으로 협력해 시민에게 양질의 문화향수기회를 증진시킬 때 지역의 미술역량과 문화력이 증진된다고 믿는다. 주정부와 의회는 예산은 지원하되 내용을 간섭을 하지는 않는다는 팔길이(arm length) 원칙은 굳이 강조하지 않아도 잘 지켜진다. 그 중에서 미국은 미술수집가를 양성하고자 노력한다. 개인수집가는 미술의 견인차가 될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패트론이 될 수 있다.

개인 수집가에게 제일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20여년 이상 동안 시간과 돈을 투자할 분야를 잘 찾는 것이다. 그것은 얼마나 작품값이 올라갈 것인가가 기준이 아니라, 자신에게 주는 감상과 수집의 즐거움 뿐만 아니라, 수집의 의미와 가치를 고려한다.

무엇을 모을 것인가? 가능하면 누구의 작품이든 가장 좋은 작품을 수집한다는 방법이 좋다. 수집품이 백화점식으로 각종 브랜드를 하나씩 모으는 방향은 피하자. 자칫하면 수집품의 방향성이 돈을 잘 쓰는 미술품수집가일수록 아낄 때 아끼고, 쓸 때 쓸 줄 안다.

자신의 미술수집 분야를 정하는 데, 참고가 될 만한 미국의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하나의 예로 미국을 대표하는 화장품인 에스티로더의 회장은 평생 외국출장을 갈 때마다 시간을 내어 그 국가의 오래된 엽서를 샀다. 가격도 저렴하고 사기도 쉽고 가볍다. 이미 100년 정도의 시간도 흘렀다는 매력. 수만 점의 근대엽서컬렉션을 보스턴미술관에 기증했고 수만점의 엽서컬렉션은 훌륭한 디자인 이미지 데이터베이스가 되었다.

또 하나의 예로 유럽의 모재벌은 전 세계 아티스트의 드로잉만 수집한다. 드로잉은 역시 완성작품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지만, 판화처럼 대량생산된 것이 아니라는 매력이 있다. 지금은 전 세계의 드로잉을 모으다 보니, 인간이 보여주는 공통된 선의 미감도 발견하셨다고 한다.

미술수집가는 갤러리와 미술품 딜러의 협력관계를 유지한다. 유능한 갤러리와 미술품 딜러는 수집가의 관심과 취향을 잘 이해하고, 컬렉션이 좋은 방향으로 축적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딜러는 작품 평가에 있어서 큐레이터나 학자의 전문소견을 가감없이 수집가에게 전달하고, 판단하게 하는 장기적 관계를 유지하는 안목을 가져야 한다. 내가 미술품수집가에게 추천하고 싶은 방향은 좋은 전문가(학자·큐레이터)와 협업을 하면 좋다.

첫째 19세기 이전의 미술품에 관심이 있다면, 흩어져버릴 위기에 있는 문화재를 수집해보자. 오래된 것이라고 무조건 모으면 고물상이 된다. 19세기 이전의 미술품 중에서도 분야를 정하고, 개인적으로 공부하고, 전문가의 강연도 듣고 자문도 구해보자.

둘째 한국의 근대미술은 의외로 한국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져서, 저평가돼 있는 작가와 작품이 많다.

특히 20세기의 한국화는 언제나 관심을 가지고 수집해야할 분야로서 손색이 없다.

셋째, 현대미술 수집은 예술가를 지원한다는 엔젤투자가처럼, 지원은 하고 간섭은 하지 말자. 자기가 수집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작가를 발굴하고 꾸준히 수집해, 성장과정을 함께하는 즐거움이 있다.

넷째, 한국의 경제력이 좋아질수록 외국미술품의 수집이 증가한다. 유명한 작가이건 아니건 그 작가의 가장 좋은 작품을 모아서 외국에서 빌려갈 만한 정도가 돼야 한다.

마지막으로 평생을 모은 미술품을 어떻게 할까? 나의 입장은 공공기관에 기증을 권유한다.

공공기관은 모든 미술품을 기증을 받기 어렵다. 미술수집가들이 내가 모은 수집품은 공공기관에서 기증을 받을만한 작품을 수집한다고 생각한다면 가장 현명한 결정을 내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