췌장암 투병 고백 뒤 1부 생존 지휘…"의지력 갖고 잘 이겨낼 것"

▲ (창원=연합뉴스) 우정식 기자 = 30일 경남 창원시 창원축구센터에서 열린 프로축구 K리그1(1부리그) 경남FC-인천유나이티드 경기에서 무승부로 1부리그 잔류를 확정한 인천유나이티드 유상철 감독이 코치들을 끌어안으며 기뻐하고 있다. 2019.11.30 uhcho@yna.co.kr
▲ (창원=연합뉴스) 우정식 기자 = 30일 경남 창원시 창원축구센터에서 열린 프로축구 K리그1(1부리그) 경남FC-인천유나이티드 경기에서 무승부로 경기를 마쳐 1부리그 잔류를 확정한 인천유나이티드 선수들이 유상철 감독을 헹가래 치며 환호하고 있다. 2019.11.30 uhcho@yna.co.kr

'남은 약속 하나도 꼭 지켜줘.'

인천 유나이티드의 K리그1 잔류가 확정된 30일 창원축구센터.

경남 FC와의 경기가 0-0으로 끝나자 환희의 환호성으로 뒤덮인 인천 원정 관중석엔 팀의 상징색인 파랑·검정 글씨로 이런 문구의 현수막이 펼쳐졌다.

5월 인천 지휘봉을 잡을 때 했던 '1부리그 생존'이라는 약속을 지켜내고, 병마와의 싸움도 이겨내겠다고 다짐한 유 감독을 향한 말이었다.

지난 19일 유 감독이 췌장암 4기 진단을 받았다고 밝힌 이후 인천은 24일 상주 상무와의 경기를 승리로 장식한 데 이어 이날 경남과 0-0으로 비기며 10위로 K리그1 잔류를 확정했다.

투병 사실이 알려진 뒤 팀의 현실과 유 감독의 상황은 묘하게 맞물려 인천의 1부 생존 경쟁은 더 극적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이런 가운데 패하면 곧장 승강 플레이오프로 가야 했던 11위 경남과의 최종전 맞대결. 여러모로 부담스러운 상황을 인천은 극복해냈다.

선수들까지 돈을 보태 마련한 버스를 타고 이른 아침 출발해 창원으로 내려와 홈 관중석 못지않은 분위기를 낸 인천 팬들은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기쁨을 만끽했다.

응원가를 부르며 선수들과 자축하던 팬들은 방송 인터뷰를 마친 유상철 감독이 관중석 쪽으로 다가오자 "유상철! 유상철!"을 외치며 맞이했다.

선수들 사이로 들어간 유 감독은 기념사진을 찍고 팬들과 함께 환호했다. 선수들은 유 감독을 헹가래 치며 고마움을 전했다.

그라운드에는 '2020시즌 K리그1에서 더 강한 인천이 되겠습니다'라는 인천의 각오가 담긴 현수막이 펼쳐졌다. 그 뒤에 유 감독도 함께 섰다.

선수들은 유 감독과 함께 할 '다음 시즌'을 기다리고 있다.

제주 유나이티드에서 뛰다 7월 트레이드로 인천 유니폼을 입고 잔류에 힘을 보탠 공격수 김호남은 "건강하게 돌아오신다는 그 약속, 감독님이 꼭 지키실 거다. 감독님과 함께하는 축구, 미래를 그리고 있다. 동참하실 거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남은 약속도 지켜달라'는 팬들의 바람에 유 감독은 꼭 그러리라 답했다.

"어떤 결과가 나오고, 어떤 기적이 일어날지는 모르겠지만,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의지력을 갖고 힘들더라도 잘 이겨내겠다. 그 약속을 지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유 감독은 이날 경기를 앞두고 선수들에게 '하늘은 사람이 견딜 수 있는 만큼의 시련과 고통을 준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잔류 경쟁을 견뎌내야 하는 선수들에게 뿐만 아니라, 인생의 큰 시련을 버텨내야 하는 자신에게 보내는 메시지였을지 모른다. 어떤 상황에서도 저력을 뽐내며 1부리그에 살아남은 '생존왕' 인천처럼, 유 감독도 그렇게 이겨낼 것이다.

song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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