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르포】 대전 선화동 쪽방촌
취약계층·독거노인 곳곳에
몸 불편한 이옥자 할머니
월세 5만원에 그저 눈물만
이웃 최정복 할머니도 한숨

대전 중구 선화동의 한 단칸방에서 몸이 불편한 이옥자 어르신을 대신해 이웃에 사는 조동선 어르신이 연탄불을 갈아주고 있다.  정재훈 기자 jprime@cctoday.co.kr

[충청투데이 선정화 기자] “기름값을 아끼려다 보니 겨울에는 방에서 입김이 나올 정도로 춥습니다.”

28일 오전 중구 선화동. 재개발 붐이 불고 있는 선화동 원룸촌 사이사이 곳곳에 위치한 허름한 주택 쪽방 한켠에는 취약계층이나 독거노인들이 거주하고 있었다.

그들은 곧 다가올 한파를 대비해 겨울준비가 한창이었다.

골목 어귀 허름한 주택에서 이옥자(63) 할머니를 만났다. 쪽방에 세 들어 살고 있는 할머니의 집에는 얼마 전 구호품으로 지원된 연탄 600장이 쌓여 있었다. 사람 1명이 겨우 누울 수 있는 좁은 방에는 옷가지와 살림살이들이 빼곡히 들어차있다.

이 씨는 20여년전 중풍으로 쓰러지며 오른쪽 몸이 마비된 사연을 설명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한쪽 몸이 불편해 일을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며 “기초생활수급자·장애연금으로 살고 있지만 몸이 성치 않아 병원비로 다 쓰는 형편이다. 얼마전 집주인이 월세를 5만원이나 올려달라고 요구했다”고 힘든 현실을 토로했다.

거동이 불편한 할머니를 대신해 연탄을 시간마다 갈아주며 집안일을 도와주고 있는 이웃사촌 조동선(69) 씨는 “한겨울에 화장실 가려면 빙판길을 지나야 하는 집이다. 그런데 재개발 인근이라고 집주인이 월세를 50%나 인상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근에 살고 있는 최정복(78) 할머니 방 역시 겨우 몸을 뉘일 수 있는 2평 남짓으로 좁다. 이곳에는 난방을 위한 기름보일러가 있지만 어지간히 춥지 않고서는 가동하지 않는다. 방안에서도 패딩 점퍼를 입고 있는 최 씨는 “난방용 기름은 지원을 받기가 쉽지 않다”며 “10만원 넣어두면 아끼고 아껴 써야 겨울에는 한 달 정도를 겨우 버틸 수 있다. 난방을 마음껏 못하니 겨울에는 방에서 입김이 나올 정도로 춥다”고 어려운 현실을 전했다.

이곳 취약계층 노인들이 하루 중 온기를 느낄 수 있는 곳은 인근 교회에 마련된 무료 급식소가 유일하다. 그러나 최근 팍팍해진 현실을 반영하듯 일주일에 1~2일만 운영될 정도로 도움의 손길이 줄었다.

은행·선화동 행정복지센터 관계자는 “마을 통장을 통해 필요 물품을 파악해 생필품 위주로 도움을 주고 있다”며 “지난해부터 한 업체의 후원을 받아 500가구에 기름 보일러도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관내 취약계층은 1000세대로 파악되고 있다”며 “날씨가 추워지지만 지원을 받지 못하는 관내 어르신들을 찾아내기 위해 매일 직접 현장을 방문해 점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선정화 기자 sjh@cctoday.co.kr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