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여러 나라 국기는 대체로 가로 또는 세로로 3등분돼 각기 다른 색으로 구성됐다. 이 구조를 바탕으로 약간의 변형이 가해졌는데 유럽의 식민지배를 받았던 아프리카 국가들도 이런 형태의 국기를 사용하는 나라가 적지 않다. 그래서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쓰이는 국기 디자인이 됐다.

우리 태극기는 그런 의미에서 돋보인다. 깊은 철학적 함의는 물론이고 안정감있고 여러 형태로 응용이 가능한 확장성까지 내포해 국력신장과 함께 앞으로 보다 다양해질 태극기 활용 국가 마케팅이 기대된다.

일본 국기는 우선 자극적이다. 눈에 띄는 본능적 감각으로는 아마 세계에서 가장 두드러질지 모른다. 중국의 오성홍기나 붉은 바탕에 큼지막한 별 하나를 배치한 베트남 국기 등도 인상적이지만 일본기 특히 논란이 되고 있는 이른바 욱일기<위쪽 사진>에 비하면 나름 수수한 편이다. 붉은 원형 둘레로 뻗어 나가는 16개의 햇살을 형상화한 욱일기의 '욱일'은 '떠오르는 태양'을 의미한다는데 이즈음 일본의 국가 이미지나 이런저런 현실을 감안할 때 욱일기에 대한 과도한 집착이 짐작되기도 한다. 과거 제국주의·군국주의를 앞세워 이웃나라·먼 나라에 대해 일본이 자행한 천인공노할 행적의 여흔이 욱일기에서 배어 나온다. 침체해가는 국운 앞에서 욱일기를 앞세워 국민 단합과 나라 이미지 제고를 겨냥하겠지만 나치 독일의 상징이었던 하켄크로이츠기를 전후 독일에서 법적으로 금지한 사례를 감안할 때 일본의 오만함과 과거집착은 별종이다. 이 욱일기를 내년 동경올림픽에도 사용한다는데 이를 계기로 쇠잔해가는 국민의식과 국가 이미지를 끌어 올리려는 의도는 대내·외적으로 만만치 않은 저항에 직면해 있다.

19세기 후반, 무력에 의한 세계 제패라는 야욕을 키우던 시기 일본 육군 군기로 쓰였고 이어서 해군 군기로도 사용된 해묵은 유물을 21세기에도 국내·외 가릴 것 없이 우려먹는 저들의 의도가 측은하지만 괘씸하다. 일제강점기 우리나라 곳곳의 건물에 알박기하듯 새겨 넣은 욱일기의 흔적<아래 사진은 목포 근대역사박물관 벽면 욱일기 형상>이 아직 뚜렷한데 요원의 불길처럼 번져가던 'No Japan' 국민운동이 이즈음 다소 주춤하는 모양새를 보이는 듯해 안타깝다. <한남대 프랑스어문학전공 명예교수·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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