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리듬체조 ‘1세대’… 선수·지도자로 20~30대 훌쩍
결혼 후 7년 공백… 대전에 아카데미 개원·내달 발표회

▲ 대한민국 리듬체조 1세대 정인화가 7년의 공백을 깨고 대전에서 후학양성을 시작했다. 사진= 최윤서 기자

[충청투데이 최윤서 기자] 손연재, 신수지 등 스타 선수 배출로 이제 국내에서도 제법 알려진 리듬체조. 정인화(54) 씨는 우리나라 리듬체조계를 이끌어간 리듬체조 1세대다. 1984년 대한체조협회 주최 ‘제1회 전국리듬체조대회’에 출전하며 리듬체조의 길을 걷게 된 그. 코치생활만 16년, 국가대표 후보선수 7년 등 후학양성에 매진하며 정 씨의 20~30대는 정신없이 흘러갔다.

그러던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당시 리듬체조 국가대표 코치를 맡게 되며 그는 지도자 생활의 절정기를 보내게 된다. 당시 정 씨의 나이는 37살. 그의 머릿속엔 온통 리듬체조뿐이었고, 어떻게 하면 제자들을 훌륭하게 양성해 낼 수 있을 지에 대한 고민만 가득했다. 연애나, 결혼은 관심 밖이었고, 정 씨와는 상관없는 일들이었다. 늦은 나이 공부에 대한 열망이 생겨 체조학 석·박사를 수료하고, 대한체조협회 연구위원 등을 지내며 그의 싱글 라이프 10여년은 또 다시 화려하게 지나갔다.

하지만 인연은 각자 정해져 있다고 했던가. 이미 혼기는 지날 때로 지났고 주변에서도 서서히 포기해갈 무렵, 운명같이 지금의 남편을 만나게 됐다. 마치 계획이라도 된 것처럼 속전속결로 결혼은 성사됐고, 축복 속에 기대조차 하지 않았던 아이까지 갖게 됐다. 당시 그의 나이 46살. 1월 결혼한 그는 남편을 따라 서울에서 아무 연고도 없는 대전으로 내려왔고, 노령의 나이로 12월 아들을 출산했다. 지금 생각해도 모든 것이 일사천리로 진행된 그 해 2011년은 아직도 정 씨에게 새롭고 신기한 순간이다.

하지만 평생을 체육지도자로 살아왔던 그에게 누군가의 아내, 엄마로서의 삶은 늘 행복만 가져다주는 것은 아니었다. 정 씨는 “지금 내 나이면 벌써 손주까지 본 친구들도 있다. 리듬체조를 너무 사랑했고, 일에 대한 만족감이 커 결혼을 고사했지만 이렇게 늦게 결혼해 아이까지 키우게 될 줄 생각도 못했다”며 “너무 빠른 시간에 갑작스러운 많은 일들이 일어났고, 뒤돌아보니 문득 경력 단절에 대한 불안감이 생기더라”고 회상했다.

실제 그는 육아로 7년간 공백기를 가졌고, 깊은 고민 끝에 다시 일을 시작했다. 리듬체조 저변확대를 위해 지난해 4월 유성구 지족동에 대전 최초 리듬체조 아카데미를 개원한 것이다. 그는 “대전에 와보니 리듬체조에 대한 인지도가 생각보다 더 낮아서 놀랬다”며 “엘리트 체육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생활체육으로 저변이 확대되길 바라는 마음에 용기를 냈다”고 설명했다.

내달 7일 오후 4시 침신대학교 대강당 ‘제1회 정리듬체조 아카데미 발표회’도 개최할 예정인데 친숙한 공연 형식으로 편안하게 관람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 정 씨는 “이번 공연을 통해 많은 분들이 리듬체조에 관심을 갖게 됐으면 좋겠고 더불어 경력단절 엄마들의 작은 희망이 되길 바란다”고 답했다. 최윤서 기자 cy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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