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천 대전시의회 의장

지난 10월의 마지막 날, 독도 해역에서 조업 중 다친 환자의 이송을 위해 출동한 소방헬기가 추락하는 안타까운 사고가 있었다. 사고 소식을 접하고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하지만 누구보다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이들은 가족과 동료 소방대원일 것이다. 갑작스런 비보에 중앙은 물론 지방 소방본부에서도 애도 물결이 일었다. 이번 사고로 탑승자 전원이 사망 실종됐고, 아직도 찾지 못한 실종자가 남아 있다. 하루빨리 모두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길 바라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주 열린 ‘국민과의 대화’에서 실종자 가족에게 ‘죄송하다’는 위로의 말을 건넸다. 고맙고 죄송한 마음은 우리 모두가 가져야 하는 마음일지도 모른다. 나 자신도, 가족도, 지인도 아닌 타인을 위해 진정 어린 헌신과 희생을 한다는 것은 어느 누구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고, 소방대원의 일이 남다른 사명감과 소명의식이 없다면 평생의 업으로 삼기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가 소방대원의 헌신에 합당한 대우와 지원을 했는지를 생각하면 절로 고개가 숙여 진다. 소방 인력과 장비를 확대해야 한다는 논의는 오래 전부터 있었다. 심지어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자비로 장비를 구입한다는 분들도 있었다. 국민을 지켜주는 소방대원은 누가 지켜줘야 하는 것일까? 우리는 크고 작은 사건들을 겪을 때마다 늘 골든타임을 강조한다. 하지만 정작 소방대원의 안위를 위한 골든타임을 확보하는 일에는, 뒷전이었던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2019년도 소방청 통계연보’에 따르면 2018년 소방공무원의 순직·공상자가 735명으로, 2009년(340명)보다 두 배 이상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10년이 흐르면서 위험현장이 증가하고 희생자도 늘어난 것이다. 올 봄 대전시소방본부에서도 소방대원 한 분이 근무 중 순직하는 일이 있었다. 소방청 홈페이지 ‘순직소방관추모관’에는 희생하신 363분의 소방대원 사진과 그들에게 보내는 ‘하늘로 쓰는 편지’가 있다. 한 분 한 분 소중하지 않은 생명은 없고, 모두가 잊혀져서는 안 될 영웅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소방대원이 안전하게 근무할 사회적 장치를 마련해, 더 이상 그 어떤 분의 사진도 걸리지 않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장비와 인력 못지않게 개선되어야 할 점이 있다. 소방대원에 대한 인식이다. 잘 알려져 있듯, 선진국에서 소방관이란 직업은 말 그대로, ‘히어로’다. 개인과 국가의 안녕을 지켜주는 영웅으로서 마땅히 존경받아야 하는 존재로 인식하는 것이다. 일례로 해외 아이들의 장래희망에서 소방관은 상위권에서 벗어나지 않지만, 우리 청소년들에게는 매우 위험하고 힘든 일을 하는 사람들로 인식되어 상당히 대조적인 모습을 보인다.

어른들의 인식도 별반 다르지 않다. 위급한 순간에 찾아야 할 119구급대원에게 잠긴 문을 열어달라거나 술에 취해 집에 데려다 달라는 등 긴급한 상황이 아닌데도 도움을 요청하는 사례가 의외로 많다고 한다. 심지어, 본인을 위해 달려온 구급대원을 폭행하는 사건도 꾸준히 나타나, 지난해만도 대전에서는 6건, 전국 215건이 발생했다. 이것은 십년 전보다 무려 세배 가까이 증가된 수치이다. 그러나 보고되지 않은 사건들이 많이 있을 터, 조치결과를 봐도 지난해 발생한 피해건수 중 단 9건만이 구속되고, 징역형을 받은 가해자가 10명에 불과했다. 이로써 몸과 마음의 상처를 치유할 지원과 사회적 인식 개선도 매우 시급한 일임을 알 수 있다.

지난주 소방공무원법이 제정된 지 40여년 만에 소방직의 국가직 전환을 위한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2017년 소방청을 개청한데 이은 소방직 공무원의 숙원이 이뤄진 셈이다. 모든 국민이 나이, 재산, 학력, 지역에 차별 없이 소방대원의 도움을 받을 수 있듯, 소방관도 지역에 관계없이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소방대원을 위해서도, 궁극적으로는 국민 안전을 위해서도 참 다행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올 봄, 강원도 고성지역에 있었던 화재현장에 달려가는 소방차의 행렬과 주유소 앞에서 거센 불길에 맞섰던 대원들의 모습을 보고 큰 울림을 받았던 이는 필자 혼자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우리가 받은 감동을 소방관에게 되돌려 줄 수 있는 구체적 방법이 하루빨리 고안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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