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현 충남학원안전공제회 이사장

대입제도 개편에 대한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는 가운데 지난 14일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났다. 수능은 끝났지만 대학별 수시고사가 줄줄이 예정돼 있다. 수험생들은 수능 성적 통지일인 12월 4일이 지나고, 마지막으로 정시원서 접수라는 중요한 관문까지 통과해야 비로소 대학 입시가 마무리된다.

2020년 수능은 끝났지만, 지금 대한민국은 대입제도 개편을 놓고 진통을 겪고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대입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할 때 꿈쩍도 하지 않던 교육부가 대통령의 말 한 마디에 대입 제도를 들여다보고 있는 것이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딸 문제로부터 촉발된 '학종(학생부종합전형)'의 불신에 대해 유은혜 교육부장관은 '학종의 투명성과 공정성이라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을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국민들은 유 장관의 모호한 답변을 신뢰할 수 없었다. 급기야 대통령이 나서 정시 확대를 선언하자, 교육부는 발 등의 불을 끄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사상 첫 '교육개혁 관계장관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교육 공정성' 확보라는 명분으로 자사고, 외고, 국제고 등을 일반고로 전환하겠다는 내용이 거론됐다. 하지만 교육부는 정작 파장의 원인이 된 학종의 문제라든지 정시 비중 확대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은 내놓지 못했다. 교육부 장관은 이달 안에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겠다는 것으로 일단 숨 고르기에 들어간 듯싶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정권 교체시 마다 흔들리는 대한민국 교육이 더 이상 흔들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고등학교와 대학의 서열화, 교육 불평등, 치열한 경쟁, 서열 다툼, 특권 의식 등으로 멍들어 있다. 재력이 교육을 뒷받침하고, 학벌이 모든 기회를 독점하는 교육은 진정한 교육이 될 수 없다.

이 때문에 우리는 교육의 평준화에 대해서도 다시 고민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는 하향평준화가 아닌 상향평준화의 관점에서 교육을 키워나가야 한다. 자사고, 외고, 국제고가 있다고 하향평준화가 될 것이라는 주장은 터무니없다. 공부를 원하는 학생들에게는 마음껏 학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것이 맞다. 문제는 자사고, 외고, 국제고 입학이 명문대를 가고, 좋은 직장에 취업할수 있는 ‘하이패스’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교육은 미래의 동력을 키우는 일이지, 결코 출세를 위한 지름길이 아니라는 인식의 변화부터 시작돼야 한다. 시험전형이 아니다 싶으면 내신전형으로, 내신전형이 아니다 싶으면 수능전형으로, 또다시 아니다 싶으면 수시전형으로, 이것도 아니다 싶으면 '학종'이라는 괴물을 만들어 냈다. 이런 한 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교육 정책은 결코 미래 인재를 양성할 수 없다. 이제는 정말 백년 후를 내다보는 교육 정책이 나와야 할 때다. 자사고, 외고, 국제고를 나온 학생도, 일반고를 나온 학생도, 실업계고를 나온 학생도 모두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면 지금 같은 대입 논란은 더 이상 논쟁거리가 되지 않을 것이다.

이제는 어느 고등학교, 어느 대학을 나왔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하고 싶은 공부를 열심히 하면 충분히 보상받고, 행복할 수 있는 그런 나라가 될 수 있도록 제대로 된 교육정책이 나오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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