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학교폭력과 성범죄 등 청소년 범죄가 갈수록 흉포화하면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자신이 사는 동네 치안 유지에 힘을 보태고 있는 청소년이 있어 눈길을 끈다.

올해 고교 2학년인 김승현(18․충주고) 군은 매주 한 번 밤이 찾아오면 동네를 지키는 파수꾼으로 변신한다.

사진=김승현 군 제공
방범순찰 활동 중인 김승현 군. 사진=본인 제공

초등학교 4학년 때 20년간 자율방범대로 활동하신 아버지 손을 잡고 따라 나갔던 첫 방범순찰이 8년째 이어지고 있다.

김 군은 "주취자들을 일일이 깨워 안전하게 귀가조치 하거나 교통사고 현장에서 2차 사고를 막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현장을 통제하는 아버지 모습이 인상 깊었다"면서 "아버지와 함께 한 두 번 나서던 것이 어느새 8년이 됐다"고 말했다.

8년간 범죄예방 활동을 해온 김 군은 어엿한 베테랑 방범대원이다.

매년 김 군이 주취자나 길을 잃은 치매 노인 등을 지구대에 인계하는 건수는 20~30여건에 달한다.

주된 업무는 순찰을 하며 범죄를 예방하는 것이지만 음주운전 단속, 화재현장, 자살시도 현장 등에서 경찰 업무도 지원한다.

김 군의 방범업무 중 가장 고된 것은 주취자 대응이다. 교복을 입고 있어 학생이란 것을 알면서도 폭언과 폭력을 휘두르는 어른들을 보면 속상하다고 말한다.

주민 안전을 위해 밤마다 애쓰는 그를 오래 지켜봐온 방범대장도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 김 군 활동이 봉사실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발 벗고 나섰다.

충주시청과 자원봉사센터에 거듭 문의한 끝에 2015년 7월부터 자원봉사 시간을 인정받았다. 현재 지원봉사포털에 등록된 김 군의 누적 봉사시간만 무려 830시간이다.

김 군의 이런 활동이 최근 인정받아 충북 청소년 자원봉사대회에서 여성가족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김승현 군은 지난 16일 충북청소년자원봉사대회에서 여성가족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사진=정민혜 기자 jmh@cctoday.co.kr
김승현 군은 지난 16일 충북청소년자원봉사대회에서 여성가족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사진=정민혜 기자 jmh@cctoday.co.kr

청소년이 하기엔 버거운 일이지만 김 군이 8년째 자율방범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이유는 뭘까.

그는 나고 자란 고향 충주시를 위해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것에 뿌듯함을 느끼고 있다.

방범활동으로 배운 것도 많다. 활동 중 만난 여러 상황들을 통해 어떤 일이 닥쳐도 흔들림 없이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자세와 다른 사람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습관이 생겼다.

무엇보다 ‘수고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같은 시민의 따뜻한 말 한마디가 그를 방범대로 향하게 했다.

밤 9시부터 새벽 1시까지 방범순찰을 하는 김 군은 이미 진로를 결정하고 학업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그는 “시민에게 지금보다 더 깊이 있고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싶어서 경찰을 꿈꾸고 있다”고 소신을 밝혔다.

내년 고3 수험생이 되는 김 군은 경찰대학이나 경찰행정학과에 진학하기 위해 학업에 충실히 임하면서 운동도 병행하고 있다.

김 군은 안전하고 행복한 지역을 만드는 데 어른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어른들이 무심코 하는 나쁜 행동들을 청소년들이 보고 따라하는 것 같다”면서 “어른들이 먼저 모범적인 태도를 보였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정민혜 기자 jmh@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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