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열린 더불어민주당과 정부의 당정협의에서는 교통사고로부터 어린이를 보호할 다양한 대책이 쏟아져 나왔다. 먼저 '민식이법'을 비롯한 어린이 교통안전 강화 법안을 신속히 처리하고, 관련 예산도 1000억원 증액키로 했다. 정부는 보호구역 내 어린이 사망 제로화 목표를 최우선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진작 그랬어야했다. 최근 5년 동안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교통사고로 숨진 어린이가 30명을 넘는다. 어른들의 잘못으로 애꿎은 어린이들이 목숨을 잃은 것이다.

어린이 안전대책이 국민 눈높이에 한참 못 미친다. 교통사망사고가 발생하면 이내 법을 보완하겠다고 부산을 떨지만 언제 그랬느냐다. '민식이법'만 해도 그렇다. 민식이법은 지난 9월 충남 아산의 한 스쿨존에서 교통사고로 숨진 9살 민식 군의 이름을 따 강훈식 의원(민주당·아산시을)이 대표 발의한 도로교통법 일부개정안이다. 스쿨존에 CCTV와 신호등 설치를 의무화하고, 가해자 처벌 수위를 높이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이 법안은 의원들의 무관심 속에 국회의 캐비닛에 처박혀 자동 폐기될 처지에 놓였었다. 그러자 민식 군의 부모는 어린이들의 생명안전법안 국회 통과를 촉구하는 국민청원을 올려 반향을 일으켰다. 지난 19일 열린 문재인 대통령의 '국민이 묻는다, 2019국민과의 대화'에서는 질문자로 참여해 눈물로 호소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국회와 협력해서 빠르게 관련 법안이 통과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민식입법 국민청원은 지지자가 20만명을 넘어섰다.

국민청원을 넣고, 대통령이 관심을 표명해야만 국회가 움직이는 건가. 폐기위기에서 지난주 가까스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한 민식이법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또 다른 민식이법인 '하준이법', '해인이법', '태호·유찬이법' 등이 길게는 수년간 국회에 계류 중이다. 하준이는 2017년 10월 경사진 도로에 주차한 차량이 굴러오는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어린이들의 이름이 잊히지 않게 법안 처리에 속도를 내주길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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