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계 후배들 잇단 비보에 "마음 아파…자신을 잘 추슬렀으면"
14년 만에 복귀작 '나를 찾아줘'서 절절한 모성 연기

▲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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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배우 이영애가 19일 오후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열린 영화 '나를 찾아줘' 시사간담회에 참석,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19.11.19 scape@yna.co.kr

영화 '나를 찾아줘'는 황량함과 슬픔을 머금은 이영애의 눈동자를 비추며 시작한다. 영화 '친절한 금자씨'(2005년) 속 금자 씨와 닮았으면서도 14년 세월의 더께만큼 좀 더 깊어졌고 많은 감정을 담았다.

오는 27일 개봉하는 '나를 찾아줘'(김승우 감독)는 6년 전 잃어버린 아들을 봤다는 의문의 전화 한 통을 받고, 바닷가 낚시터로 혼자 아들을 찾아 나선 정연(이영애)의 이야기를 그린다.

25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만난 이영애(48)는 "따뜻하고 뭉클한 여운을 주는 동시에 인간군상의 지리멸렬함과 아이러니하고 기괴스러운 현실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영화를 소개했다.

"젊었을 때는 TV에 아프거나 힘든 상황에 부닥친 아이들이 나오면 '내가 도와줄 게 없을까' 하고 다가갔어요. 그런데 정작 엄마가 되니까 그런 뉴스들을 차마 못 보겠더라고요. 이 작품 역시 아동실종, 아동학대 등을 다뤄서 사실 고민이 많았어요. 그런데도 사회 부조리 등을 담은 메시지와 캐릭터의 완성도가 높아서 꼭 출연하고 싶었습니다."

이영애는 감정적으로 오히려 절제된 연기를 보여준다. 그래서 아이를 잃은 슬픔이 더 크게 다가온다. 그는 "목놓아 절규하는 장면 등 감정을 폭발하는 장면을 찍었지만 들어가지는 않았다"면서 "열 가지 감정 중 한두 가지만 드러내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고 했다.

이영애는 육체적으로도 꽤 강도 높은 연기를 선보였다. 목까지 차오르는 바닷물 속에 뛰어들고 갯벌에서 격투를 벌이는가 하면, 무자비하게 맞기도 한다. 그는 "액션 스쿨에 가서 몸을 구르는 것을 연습했다. 갯벌에서 구르다 보니 어지럽더라"라며 "나이 들기 전에 '액션을 몇 번 더 해야겠다. 나중에는 하고 싶어도 힘들어서 못 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웃었다.

이영애는 그동안 다작은 아니지만, 명작들로 필모그래피를 채워왔다. '공동경비구역 JSA'(2000),' '선물'(2001), '봄날은 간다'(2001), '친절한 금자씨'가 대표적이다. TV 드라마 역시 '대장금'(2003)으로 독보적인 한류 스타로 떠오른 뒤 2017년 '사임당 빛의 일기'로 시청자들을 만났다.

이영애는 '너무 오랜만인 것 같다'는 말에 "시간이 그렇게 오래 지났는지 몰랐다"며 "많은 작품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 작품이라도 제대로 하고 싶은 욕심이 크다"고 했다.

"20∼30대 때 열심히 했어요. 더 욕심을 내면 얻는 것도 있지만 잃는 것도 있는 법이죠. 제가 결혼을 늦게 하고 아이도 늦게 낳다 보니, 가정과 일을 균형 있게 병행하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이영애는 이 작품을 찍으면서도 "아이들 스케줄을 맞추는 게 힘들었다"면서 "남편이 많이 도와줬다"고 했다.

이영애는 전날 한 오락프로그램에 출연해 두 아이와 집을 공개하며 엄마로서 소탈한 모습을 보여줬다.

"저에게 '신비주의'라고 말하는데, 저는 특별히 '신비주의'로 포장하지는 않았어요. 제 성격이 문제였죠. 10대와 20대 때는 부끄러움을 많이 탔어요. 카메라 앞에서만 연기했고, 밖에서는 잘 나서지 못하는 성격이었죠. 그러다 보니 '신비주의'나 CF에서 봤던 '산소 같은 여자'라는 이미지가 오랫동안 남았죠. 하지만, 결혼 이후 성격이 많이 바뀌었어요. 가정이 생기다 보니 다른 사람을 배려하게 되고, 학부모 생활을 하다 보니 서서히 마음도 열리고 여러 가지를 볼 수 있는 성격으로 바뀌었죠."

이영애는 "예능프로그램 출연 역시 영화 홍보뿐만 아니라 딸 아이가 TV에 나오는 것을 좋아해 추억을 만들어주고 싶은 엄마의 마음에서 나왔다"고 말했다.

이영애는 인터뷰 내내 "뭐든지 과하면 좋지 않다"는 말을 자주 했다.

"살면서 얻은 경험이에요. 과하면 부작용이 생기더라고요. 연기도 마찬가지예요. 덜어내는 게 중요하죠. 저는 10대 때 열심히 달려왔고, 20대 때도 연기 면에서 과하게 살았어요. 이 역할, 저 역할을 하면서 실패도 많이 맛봤죠. 그것 때문에 힘들어하기도 하고, 조기 종영도 당해봤어요. 물론 30대 때는 좋은 작품을 만날 수 있었지만요."

이영애는 '나를 찾아줘'에서 화장기없는 얼굴과 부스스한 머리 등 거의 꾸미지 않고 출연했다. 그는 "나이가 주는 부담이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이라며 "하지만 외모에서 묻어난 세월의 디테일이 연기의 깊이를 더해준 것 같아 만족한다"고 말했다.

이영애는 '외모 비결'을 묻자 "제가 어떻게 세월을 이기겠어요"라며 웃은 뒤 "뭐든지 과하지 않게 잘 관리해야죠"라고 답했다.

그는 최근 연예계 후배들이 꽃다운 나이에 잇따라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데 대해 가슴 아파했다.

"너무 이른 나이에 데뷔하면 금방 흔들릴 수 있어요. 존재감을 느끼지 못할 나이에 주변에서 사람들이 멋있다고 풍선처럼 하늘로 띄워 보내다가 바늘 하나에 터져버리기도 하죠. 저 역시 어린 나이는 아니지만, 대학 졸업후 사회생활을 연예계에서 시작하면서 힘든 시기를 거쳤죠. 사람 관계가 가장 힘든 것 같아요."

그는 애정이 어린 조언도 잊지 않았다. "저는 스스로 견뎠던 것 같아요. 술로 달래는 것은 너무 위험하죠. 저는 자연으로 치유했어요. 많이 걷고 산책을 했어요. 스스로 생각을 비우고 재부팅할 수 있는 그런 시간을 추천합니다."

fusionj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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