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시대 패권을 놓고 다툼을 벌이던 강대국 진(晉)나라와 초(楚)나라의 틈새에 끼어 있는 송(宋)나라는 항상 두 나라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중립을 지키고 있던 송나라가 진나라와 동맹을 맺어버리자 격분한 초나라의 장왕(莊王)은 본때를 보여주기 위해 초나라와 동맹관계에 있는 정(鄭)나라에게 송나라를 공격하도록 했다.

정나라와 결전 전야(前夜)에 송나라의 장수 화원(華元)은 군사들의 사기를 돋우기 위해 특별히 양고기를 배식했다. 장병들은 모두 기뻐하며 맛있게 먹었지만, 화원의 전거(戰車)를 모는 양짐(羊斟)만은 배당이 주어지지 않아서 먹지 못했다. 부장(部將) 한 사람이 그 까닭을 묻자 화원이 대답했다.

“전거를 모는 사람에게까지 고기를 먹일 필요는 없네. 그 사람은 전투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으니까.”

다음날 두 나라 군대의 싸움이 시작됐다. 양짐이 모는 전거 위에서 지휘를 하고 있는 화원은 양편 군사들의 세력이 팽팽하여 승패가 가려지지 않자 양짐에게 명령했다. “전거를 적의 병력이 허술한 오른쪽으로 돌려라.” 그러나 양짐은 명령과는 반대로 적의 병력이 밀집해 있는 왼쪽으로 전거를 몰았다. 이에 당황한 화원이 반향을 돌리라고 고함을 치자 양짐이 말했다. “어제의 양고기 배식은 장군 마음대로였지만, 오늘 전거를 모는 일은 제 마음대로 할 것입니다(주석지양자위정 금일지사아위정-疇昔之羊子爲政 今日之事我爲政)”

결국 화원은 정나라 군사들에게 붙잡히고 말았다. 대장이 포로가 되는 것을 본 송나라 군사들은 전의(戰意)를 상실하고, 전열(戰列)도 허물어져 막대한 손해를 입은 채 패배했다.

조직에서 전체적인 조화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실패하게 됨을 비유하여 일컫는 말로 각자위정(各自爲政:사람들이 저마다 멋대로 행동한다)은 불과 마부 한 사람의 사기를 꺾은 결과가 이렇게 크게 나타났다. 조직을 이끌어 가는 사람들의 가장 큰 덕목(德目)은 포용력임을 새삼 느끼게 하는 각자위정(各自爲政) 고사(故事)이다. <국전서예초대작가·청곡서실운영·前 대전둔산초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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