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팝계 3대 시상식 '그랜드슬램' 놓쳐…신인상 등 후보 못 올라
음악매체 롤링스톤 "그래미는 현실에 뒤처져…글로벌하게 생각할 때"
여성래퍼 리조 8개 부문 최다후보 등재…스위프트는 3개 부문 후보

▲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
▲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제공]
▲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이번에도 그래미 진출을 놓쳤다.

그래미상을 주관하는 미국레코드예술과학아카데미(NARAS)는 20일(이하 현지시간) 가수 앨리샤 키스의 진행으로 제62회 그래미 어워즈(Grammy Awards) 84개 부문 후보 명단을 발표했다.

방탄소년단은 그간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나 '신인상(The Best new artist)' 등 부문에서 후보에 포함될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제기됐지만, 지난 제61회 그래미 어워즈에 이어 이번에도 후보 명단에 오르지 못했다.

방탄소년단은 지난 4월 발매한 앨범 '맵 오브 더 솔 : 페르소나'(Map of the Soul: Persona)가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인 '빌보드 200' 정상에 오르고, 1년 2개월간의 월드투어에서 총 2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모으는 등 세계적으로 성공적 행보를 이어 나가며 그래미 후보에 오를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됐다.

또 지난 2월 열린 제61회 그래미 어워즈에서 '베스트 R&B 앨범' 시상자로 나서고, 그래미 어워즈를 주최하는 레코드예술과학아카데미 회원으로 선정됐다.

이는 그래미가 세계 팝 음악계에서 방탄소년단의 영향력을 분명히 인지하고 있다는 신호로도 해석됐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그래미가 비영어권 아티스트와 힙합·댄스 음악에 배타적이라는 점에서 방탄소년단의 후보 지명 가능성을 낮게 점쳤다.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 '빌보드 200'에서는 1위를 기록했으나 메인 싱글 차트인 '핫100'에서는 8위가 최고 성적이라는 것도 약점으로 지목됐다.

다만 미국 팝계 3대 시상식 중 이미 두 곳에서 상을 받은 만큼 그래미를 향한 도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방탄소년단은 지난 5월 미국 '빌보드 뮤직 어워즈'에서 '톱 듀오/그룹'과 '톱 소셜 아티스트' 상을 받았다.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AMAs)의 경우 지난해 '페이보릿 소셜 아티스트' 상을 받았고 오는 24일 열릴 올해 시상식에서도 3개 부문 후보에 올라 있다.

그래미상은 음악인·음악산업계 종사자 등으로 구성된 미국레코드예술과학아카데미 회원들의 투표로 수상자를 가린다.

미국 음악상 중 가장 큰 규모와 권위를 자랑하며 아티스트의 대중적 인기보다 예술성과 음악적 역량에 무게를 두는 게 특징이다.

미국의 권위있는 음악 매체 중 하나인 '롤링스톤'은 'BTS가 그래미에서 완전히 배제됐다'는 제목의 별도 기사를 통해 미국 팝스타들보다 많은 음반을 팔고 더 큰 성공을 거둔 방탄소년단을 후보로 지명하지 않은 그래미 주최 측이 시대에 뒤떨어졌다는 평가를 실었다.

롤링스톤은 "지난 4월 발매된 BTS의 '맵 오브 더 솔:페르소나' 앨범은 비욘세 음반보다 많이 팔렸고, 이렇게 빨리 빌보드 앨범차트 1위에 오른 건 비틀즈 이후 처음"이라면서 "그런데도 BTS의 후보 지명 제외는 음악산업의 현실과는 강렬히 대비된다"라고 썼다.

이 매체는 이어 "그래미는 늘 그렇듯이 시대에 뒤처져 있다"면서 "이제 글로벌하게 생각해야 할 시점이 됐음을 솔직히 인정할 때도 됐다"라고 꼬집었다.

이날 발표된 명단에 따르면 '신인상'은 리조, 블랙 푸마스, 빌리 아일리시, 릴 나스 엑스, 리조 등 8개 팀 또는 가수가 경쟁한다.

'올해의 레코드'(Record of the year)를 놓고는 리조의 '트루스 허츠'(Truth Hurts), 본 이베어의 '헤이, 마'(Hey, Ma), 빌리 아일리시의 '배드 가이'(bad guy), 아리아나 그란데 '세븐 링스'(7 rings), 칼리드 '토크'(Talk), 등 8개 곡이 경합한다.

'올해의 앨범'(Album of the year) 부문에선 리조의 '커즈 아이 러브 유'(Cuz I Love You), 본 이베어 'i,i', 아리아나 그란데 '생큐, 넥스트'(THANK U, NEXT), 릴 나스 엑스 '7' 등 8개 앨범이 후보에 올랐다.

'올해의 노래'(Songs of the year)는 리조의 '트루스 허츠', 빌리 아일리시 '배드 가이', H.E.R.의 '하드 플레이스'(Hard Place), 테일러 스위프트 '러버'(Lover) 등 8곡이 후보에 선정됐다.

미국 디트로이트 출신의 흑인 여성 래퍼 겸 솔 싱어이자 싱어송라이터로 본명이 멜리사 비비앤 제퍼슨인 리조는 올해의 레코드, 앨범, 노래, 신인상 등 4대 주요 부문에 빠짐없이 지명되며 모두 8개 부문 후보에 올라 최다 수상을 예감하게 했다.

프린스와 협연하며 팝계에 데뷔한 리조는 한동안 무명생활을 거치다 올해 '트루스 허츠'가 빌보드 차트 7주간 1위를 기록하며 스타덤에 올랐다.

만 17세의 싱어송라이터 빌리 아일리시도 신인상 등 주요 4대 부문 후보로 지명돼 역대 최연소 '빅4' 지명자가 됐다.

20세인 릴 나스도 올해의 앨범 등 주요 3개 부문 후보에 오르는 등 젊은 신예 아티스트들의 약진이 돋보였다.

또 올해의 앨범 부문에서 8명 중 5명, 올해의 노래 부문에서 8명 중 7명을 여성 아티스트가 채워 '그래미 여풍'을 입증했다.

반면 '그래미 단골손님'인 팝 디바 테일러 스위프트는 '러버'가 올해의 노래 부문에는 올랐지만 올해의 앨범 등 다른 주요 부문에서는 후보 지명을 받지 못하는 이변의 희생양이 됐다. 스위프트는 3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비욘세는 빅3 후보로는 오르지 못했지만 영화 '라이언킹'의 목소리 연기와 노래 덕분에 4개 부문 후보에 등재됐다.

올해 초 생애 최초로 그래미의 주인공이 된 아리아나 그란데는 올해의 앨범, 레코드를 포함해 모두 5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이밖에 영국 솔 퍼포머 욜라와 J.콜, 게리 클락 주니어, 러키 다예, 톰 요크 등이 4개 부문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부인 미셸 오바마는 월드 북투어를 펼친 자서전 '비커밍'(Becoming)으로 베스트 스포큰 워드 앨범 부문 후보에 올랐다.

지난 4월 로스앤젤레스에서 총격으로 사망한 래퍼 닙시 허슬은 베스트 랩 앨범 등 세 부문 후보로 지명됐다.

2020 그래미 시상식은 내년 1월 26일 LA 스테이플스센터에서 열린다.

oakchul@yna.co.kr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