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르포】 대전 중구 산성뿌리전통시장 : ‘노브랜드’와 윈윈… 판매물품 이원화 주효

산성뿌리전통시장 내에 대형마트 체인점이 들어와 새로운 상생모델을 만들어 내며 시장을 찾는 고객이 눈에 띄게 늘었다. 사진=이심건
산성뿌리전통시장 내에 대형마트 체인점이 들어와 새로운 상생모델을 만들어 내며 시장을 찾는 고객이 눈에 띄게 늘었다. 사진=이심건

[충청투데이 이심건 기자] 20일 오후 방문한 대전 중구 산성뿌리전통시장은 여느 시장과 다르게 생동감이 넘쳤다. 상권 침해 논란 등으로 대립각을 세우던 전통시장과 대형마트가 손을 잡으면서 얼어붙었던 전통시장 상권이 다시 활기를 찾고 있다. 전통시장은 신선식품, 대형마트는 공산품을 팔며 새로운 상생협력 모델이 되고 있다.

산성뿌리시장 '노브랜드 상생스토어'는 기존 시장에서 운영 중인 슈퍼마켓이 경영난으로 폐업한 자리에 들어섰다. 슈퍼마켓이 철수하면서 산성뿌리시장은 침체기에 빠졌다. 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머리를 맞대던 상인들은 시장 내 대형마트 입점을 고안했다.

역시 처음에는 시장 상인들의 반대가 심했다. 상인들은 몇 개월에 걸친 공청회와 타 시·도에 설치된 상생스토어의 견학을 통해 전통시장 대형마트의 협업을 살펴봤다.

시장을 찾는 고객이 줄어 생존권을 위협받던 상인들은 숙고한 끝에 고객 유치 차원에서 대형마트 함께 손을 잡기로 결정했다. 시장 상인들의 요청으로 전통시장 몰락의 주범으로 갈등관계였던 대형마트 체인점이 시장에 입점하게 된 것이다.

상인들의 노력 끝에 지난달 31일 산성뿌리시장에는 273㎡(약 83평) 규모의 상생스토어 11호점이 개점했다. 상생스토어는 시장 상인들이 취급하는 과일과 야채 등 신선식품을 제외하고 가공식품과 생활용품만 판매하고 있다.

상생스토어 개점이후 산성뿌리시장은 되살아 나고 있다. 산성뿌리시장에서 정육점을 운영하고 있는 정모(55) 씨는 "시장에 사람이 줄면서 변화가 필요한데 마트가 들어온다 해서 적대시만 할 수 없었다"며 "상생스토어가 들어오니 손님이 눈에 띄게 늘었고 젊은이들도 시장에 많이 몰린다"고 미소를 지었다.

산성뿌리시장에서 장을 본 뒤 상생스토어에서 물건을 사는 고객들이 눈에 띄었다. 주부 서모(34) 씨는 "이전에는 야채 사러 올 때만 시장에 왔는데 이제는 시장과 마트를 한 번에 이용할 수 있어 편리하다"고 말했다. 산성동에서 거주 중인 박모(44·여) 씨는 "과자나 가공식품을 사려면 근처 식자재마트를 가곤 했는데 이젠 시장에서 한 번에 해결할 수 있으니 앞으로 자주 방문할 것"이라고 전했다.

전통시장과 대형마트가 함께 힘을 합치자 시장을 찾는 고객층도 한층 젊어졌다. 산성뿌리시장에서 쇼핑을 하는 학생들이 수시로 눈에 띄었다. 실제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의 결합은 시너지를 내고 있는 것이다.

지난 1~9월 전통시장 내 노브랜드 상생스토어의 연령대별 고객 매출을 보면 30~40대 고객이 전체의 64.2%를 차지했다. 산성뿌리시장과 대형마트는 전통시장의 가장 취약점으로 지적됐던 휴식공간이나 문화공간을 보완해 젊은이들과 가족 단위 고객들을 끌어 모은다는 전략이다.

시장 내 노후 조명과 집기 교체, 상인교육과 문화공간 투자 등 시장 발전에도 함께 뜻을 모았다.

김태성 산성뿌리전통시장 상인회장 "시장에 발길이 끊기면서 상인들이 생존을 위한 변화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해 새로운 상생 모델을 도입하게 됐다”며 "상생스토어가 들어온 이후 하루 평균 방문객이 40% 정도 늘고 손님도 많아졌다"고 말했다.

이심건 기자 beotkkot@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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