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클로 내복에 팔아버린 자존심

▲ 지난 10월, 서울 종로구 유니클로 광화문 디타워점 앞에서 대학생겨레하나 회원 이진희 씨가 유니클로를 비롯한 일제 강제징용 기업을 규탄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 제품 불매운동을 한지 4개월 됐다. 일본의 경제 보복에 화가 나서다. 쉽진 않았다. 특히 육아용품은 일제가 많았다. 추천 제품도 다 일본 거였다. 그래도 안 샀다. 대신 국내 제품에서 찾았다. 항일운동 겸 애국운동이 됐다. 그리고 난 여전히 그렇게 산다. 일본 제품은 안사고 산다. 이젠 익숙하다. 그런데 다 그렇진 않나 보다. 불매가 식어가는 게 느껴진다. 불타더니 이젠 뜨겁지 않다.

☞얼마 전, 백화점을 갔다가 놀랐다. 유니클로를 지나가는데 북적댔다. 심지어, 계산 줄이 길게 늘어져 있었다. 광고는 요란했다. 주변이 도배돼있었다. 15주년 기념 감사제란다. 할인해주고, 히트텍도 준단다. 유니클로는 광고의 힘을 믿었나 보다. TV·인터넷 등 사방팔방 알렸다. "장사가 안되니 이러네"라고 코웃음쳤었다. 그런데 내 생각이 틀렸다. 유니클로의 전략이 옳았다. 매장마다 사람이 많았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넘쳐났다.

☞배신감이 들었다. 뭐, 물론 뭘 사든 자유다. 하지만 이렇게 금방일 줄은 몰랐다. 함께 불태웠던 의지가 허무했다. 유니클로 CFO(최고재무책임자)의 자신감도 이해됐다. 그는 과거 "한국에서 불매운동이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발언했다. 그의 말이 맞았다. 유니클로는 다시 북적인다. 누군가는 ‘냄비 근성’이라 비난한다. 또 개·돼지라 비아냥거린다. 반박할 수가 없다. 불이 식어 ‘물’매운동이 됐다. 물로 보기 딱 좋다.

☞우리가 유니클로를 건방지게 만든다. 유니클로는 위안부 모독 광고 논란이 있었다. 그게 불과 한 달 전이다. 그때의 분노는 이미 분열됐다. 금세 잊었다. 우리가 역사를 묻는다. 땅속으로 묻는다. 과거 친일파들을 욕할 거 없다. 만 원짜리 내복에 자존심을 판다. 영혼도 판다. 그리고 나아가 일본을 건방지게 만든다. 13일, 위안부 손해배상 첫 재판이 있었다. 일본 측은 나타나지 않았다. 위안부 할머니들은 울부짖었다. 위안부 생존자는 이제 20명뿐이다. 시간이 없다. 그들은 죽음 같은 고통 속에 산다. 그런데 어떻게 잊을까. 우리의 모든 걸 빼앗겼던 치욕스러운 과거다.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 스스로 일본의 속국이 되지 말자.

편집부 김윤주 기자 maybe0412@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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