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대전역, 시민들 불편·불만 가득
1주일전 온라인 티켓구매했는데
중단 안내 없어… 결국 터미널로
교통약자 우선창구도 셔터 내려
서울 병원진료 못가는 경우까지

사진 = 철도노조가 총파업에 들어간 20일 대전역 대합실에서 코레일의 한 직원이  매표창구 축소 운영으로 인한 사과문을 내걸고 있다정재훈 기자 jprime@cctoday.co.kr

[충청투데이 최정우 기자] "기차를 이용하는 승객들이 우선 아닌가요? 왜 철도노조 파업으로 국민들이 피해를 입어야 하죠?"

전국 철도노동조합이 무기한 총파업 돌입 첫날인 20일, 대전역은 불편을 겪은 시민들의 불만으로 가득 찼다. 파업을 시작한 20일부터 평일(화~목요일) 대전역을 매일 오가는 KTX 상·하행선 237편 중 41편만, 새마을호는 상·하행 20편 중 2편, 무궁화호는 67편 중 18편만 운행 돼 불편을 더했다.

이를 실감하듯 제각각 다른 목적으로 대전역을 찾은 승객들은 운행 시간표를 사진으로 찍어 지인에게 보내며 약속을 늦추거나 취소하는 등 당황스러운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대합실에서 KTX산천 119호(부산-서울)를 기다리던 직장인 황기안(37·대전 서구) 씨는 동료에게 '열차 운행이 중단돼 세미나 시간에 늦을 것 같다, 먼저 준비하라'는 내용의 통화를 하며 분통을 터트렸다. 1주일 전 온라인으로 티켓을 구매하고 열차 탑승 당일까지 중단된 열차에 대한 안내를 받지 않았다는 그는 안내 데스크에 상황을 설명해 전액 환불은 받았지만, 빠른 시간 내에 출발할 수 있는 열차티켓을 예매하지 못하고 버스터미널로 발길을 돌렸다.

타지에서 대전으로 출근하는 직장인들도 난감해하긴 마찬가지. 철도노조 파업 첫날, 출근길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퇴근 시간대에 맞춰 매번 타던 열차운행에 차질을 빚고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대전으로 출퇴근하는 김미영 씨(28)는 이날 1시간 가량 대전역 대합실에서 발목이 잡혔다.

온라인 어플리케이션에 뜨는 발권예약표와 오프라인 창구스크린에 뜨는 열차 시간대가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되면서, 사무실 출근을 뒤로하고 티켓예매에 나선 것이다.

1시간 넘게 창구에서 실랑이를 벌였지만 결국 ‘입석칸’도 발권하지 못한 채 무거운 발걸음으로 역을 빠져나갔다.

이 뿐만이 아니다. 파업으로 인한 인력부재로 교통약자(국가유공상이자·장애인·노약자·임산부)우선창구의 셔터도 내려졌다.

오후 서울에 있는 병원으로 진료를 받기위해 열차티켓 발권 차, 역을 방문한 조수연(33·가명) 씨는 막혀있는 교통약자 우선창구 가이드라인에서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부모님이 일정이 있어 오늘만 유독 혼자 역을 방문했는데 이런 당황스러운 경험을 한다”며 "교통약자 우선창구는 단순히 발권시간을 절약하고 과정을 간소화 하는 것이 아닌 정부차원의 사회적 약자를 배려책인데 사회적 약자들과는 무관한 철도노조 파업으로 창구를 막아버리면 어떻하냐”고 토로하며 집으로 향했다.

한국철도는 노조파업으로 인한 국민들의 불편을 줄이기 위해 24시간 비상수송대책본부를 운영, 모든 자원을 동원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지만 대한민국 주요 교통수단인 ‘철도’의 운행 차질로 한국철도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은 쉽게 사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정우 기자 wooloosa@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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