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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주종합경기장 거점소독시설
영하 날씨에 방역효율 떨어져
종전보다 한층 강화된 방역활동
소독약 얼면 시설 자체가 고장
30분 간격 점검… ‘추위와 전쟁’

20일 오전 6시경 찾은 홍주종합경기장 거점소독시설. 이른 새벽 홍성군내에 사료를 공급하는 차량이 들어오자 방역팀이 소독에 나서고 있다. 조선교 기자
20일 오전 6시경 찾은 홍주종합경기장 거점소독시설. 이른 새벽 홍성군내에 사료를 공급하는 차량이 들어오자 방역팀이 소독에 나서고 있다. 조선교 기자

[충청투데이 조선교 기자] “날이 추워지면 소독약이 얼어붙어 효율이 떨어지게 됩니다. 또 소독시설까지 고장날 수 있기 때문에 비교적 차량 출입이 적은 야간에도 긴장을 늦출 수 없네요.”

20일 오전 6시경 찾은 홍주종합경기장 내 아프리카돼지열병(ASF) 거점소독시설은 새벽 어스름이 채 걷히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조명을 밝게 비춰 한 눈에 띄었다. 시설 주변에서 수은주는 영하 2~3℃를 오르내렸고 현장 방역팀들이 사용 중인 5평 남짓한 컨테이너에서도 냉기가 가시지 않았다. 야간에 차량이 들어올 경우 제대로 확인을 못할 수 있기 때문에 문을 열어둔 탓이다.

컨테이너 한 켠에 작은 전기난로만이 배치돼 있었지만 현장 방역팀은 이에 대한 불만이나 불편을 토로하지 않았다. 매년 구제역 방역에도 참여해온 이종규(64) 씨는 “문을 열어둔 것은 방역을 완벽하게 하기 위한 조치”라며 “추위와 무관하게 해오던 일을 할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시설에는 매일 적어도 100대 이상의 차량이 출입하고 있는 데다가 최근에는 조류인플루엔자(AI)와 구제역 방역이 병행돼 차량이 늘었다”며 “방역 당국에서는 ASF가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하지만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지난주부터는 간헐적으로 아침기온이 영하로 떨어지기 시작하면서 방역팀이 신경을 써야할 부분이 늘었다. 도에 따르면 기온이 영하권으로 내려가면 소독 효율이 100%에 이르지 못해 희석 배율을 높여야 하고 구제역 바이러스의 경우 사멸조건이 온도에 영향을 받는 경향이 있다.

이 때문에 방역 활동은 종전보다 강화된 모습이었고 방역팀은 소금 등을 뿌려 바닥이 얼어붙는 걸 막거나 소독약이 어는 걸 막기 위해 설치한 ‘돼지꼬리’로 불리는 온수기를 수시로 점검했다.

또다른 팀원인 A 씨는 “소독약이 얼면 소독시설 자체가 고장날 수 있다”며 “소독 설비에도 열선이 설치돼 있지만 30분 간격으로 확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소독약이 꽝꽝 얼 정도는 아니지만 차 내부 소독약의 경우 야외에 놓으면 얼기도 했다”며 “관리가 중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현 시점에선 한파에 가까운 추위가 찾아오진 않았지만 극심한 일교차로 인해 방역팀은 티셔츠부터 조끼, 패딩 등 옷을 겹겹이 껴입은 뒤 방역복을 입고 있었다.

이날 아침기온은 영하 3℃까지 내려갔지만 오후 3시경 최고기온은 7℃까지 올라섰다.

이와 관련해 군내에서 사료를 공급하는 특장차 운수 종사자 이태복(40) 씨는 “소독시설을 들리다보면 나이가 드신 분들도 많은데 건강이 걱정되더라”라며 “소독을 철저히 하고 있으니 확산 없이 사태가 끝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도내에서는 홍주종합경기장을 비롯해 총 26개소의 거점소독시설과 양돈농장 밀집단지 통제초소 11개소가 설치됐으며 소독 활동을 벌이는 현장 방역팀은 2인 1조 3교대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 9월 16일 국내에서 첫 발병한 ASF는 지난달 9일 이후 농장 추가 발생이 없어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지난 12일까지 경기·강원 북부지역 야생멧돼지 폐사체에서 지속적으로 바이러스가 검출된 바 있다.

조선교 기자 mission@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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