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망 글, 검찰수사 불만 드러내
김기현 前 울산시장 반발 기자회견 "정치공작 벌였던 黃 구속수사하라"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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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투데이 나운규 기자] 내년 총선 출마를 공식화한 황운하 대전경찰청장이 18일 명예퇴직을 신청했다.

내달 정기인사에 맞춰 30여 년간 생활해 온 경찰을 떠나 본격적인 총선 채비에 나서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날 김기현 전 울산시장이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황 청장의 구속수사를 촉구하는 등 반발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황 청장은 이날 명퇴를 신청하고 경찰 내부 통신망에 A4용지 3장 분량의 글을 남겼다.

그는 “저는 오늘 제 삶의 전부였던 경찰을 떠나기 위해 명예퇴직원을 제출했다”며 “12월 초 예상되는 정기인사에 맞춰 퇴직하기 위해 미리 퇴직원을 제출하는 것일 뿐, 후임자가 올 때까지는 한 치의 소홀함도 없이 주어진 소임을 완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자신에 대한 검찰 수사에 대해서는 불만을 드러냈다.

황 청장은 “명예퇴직원은 제출했지만 내달 초 정기인사에 명퇴가 이뤄질지는 알 수 없다”며 “1년 6개월 전 정치적 이유로 울산지검에 접수된 고발장이 아직도 종결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검찰은) 그동안 단 한 차례도 출석요구는커녕 서면질의조차 없었다. 그런 사건이 이제 와서 저의 명퇴를 가로막는 장애물이 될수 있다는 건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라며 “저는 변호인 의견서와 진정서를 통해 조기 종결을 요구해 왔고, 당장이라도 검찰에 출석해 조사받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강조했다.

앞서 황 청장은 지난해 울산청장으로 근무할 당시 김기현 울산시장 비서실장과 형제 등의 비위 의혹 수사를 하면서 울산시청 등을 압수수색하는 등 강도 높은 수사 끝에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

더욱이 경찰의 시청 압수수색 시점이 김 전 시장이 한국당 시장 후보 공천을 받는 시점과 겹치면서, 한국당 측은 경찰의 정치 개입이라고 강력히 반발했다.

하지만 검찰이 일부 혐의 사실에 대해 무혐의 처분하면서, 한국당 측은 당시 수사를 지휘한 황 청장을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김 전 시장은 이날 울산시의회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황 청장의 구속수사를 촉구했다.

김 전 시장은 “황 청장이 출세를 위해 관권을 악용한 정치공작 수사를 벌였던 추악한 거래의 진상이 드러난 것”이라며 “작년 황 청장이 김기현과 그 주변 인물들에게 없는 죄를 덮어씌운 배경과 관련해 ‘문재인 정권이 국회의원 자리를 주는 대가로 경찰 수사권을 악용해 죄를 덮어씌우게 시킨 것 아니냐’하는 소문이 파다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울산시민 눈과 귀를 속이고 민주주의 꽃인 선거의 공정성을 철저히 유린한 황운하는 ‘제2의 김대업’에 비견된다”고 비난했다.

김대업 씨는 2002년 대선에서 이회창 후보 장남 병역비리를 폭로한 인물로, 선거가 끝난 이후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김 전 시장은 "한국당 등이 황 청장을 공직선거법 위반과 직권남용 등으로 고소한 지 1년 반이 지났지만, 검찰은 정치공작 수사를 자행한 말단 경찰관만 구속기소 했을 뿐 아직도 몸통인 황 청장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면서 “검찰은 더는 수사를 미루지 말고, 황 청장과 그 배후에 숨어 있는 진짜 몸통의 실체를 밝혀 엄벌해달라”고 촉구했다. 나운규 기자 sendme@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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