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영 ETRI 미디어방송연구실 책임연구원

방송 미디어 기술은 여러 분야에 걸쳐서 끊임없이 진화해 왔으며, 이에 따라 시청자에게도 다양한 미디어 소비 환경을 제공해오고 있다.

지금까지도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많은 시간을 함께하는 TV는 기존의 HD(High Definition)급 화질보다 4배 이상의 해상도를 지원하는 UHD(Ultra HD) TV가 이미 시장에서 보편화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보다 선명하고 실감나는 방송 미디어 서비스 제공이 가능해 지고 있다. 또 5G를 비롯한 통신매체의 발전과 더불어 다양한 방송 미디어 콘텐츠가 스마트폰과 같은 개인형 단말기를 통해 소비되는 것이 가능해지면서, 1인 미디어와 같은 새로운 개념의 서비스도 등장하게 됐다.

이와 같은 미디어 환경의 변화는 기존 전통적인 방식의 기술들을 도태시키기도 하고, 반면에 환경 변화를 충족시키기 위한 새로운 기술을 요구하기도 한다. 필자는 미디어방송연구실에서 차세대 방송 시스템 개발 및 관련 표준화 업무를 담당해 왔다.

훌륭한 선·후배 연구원들 덕분에 세계 다른 기관들에 뒤지지 않는 우수한 기술들을 개발하고 확보할 수 있었고, 차세대 방송 표준기술인 ATSC(Advanced Television Systems Committee) 3.0에 다수의 기술들을 국제표준으로 채택시키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국제표준을 담당하는 기관이 북미(北美)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서 잦은 국외 출장, 한국 시간으로 새벽에 개최되는 표준화 컨퍼런스 회의 참석 등 어려움이 많았지만, 연구의 결과가 국제 표준에 반영되고 또 상용화까지 이어지는 것에 보람도 느낄 수 있었다.

현재 필자는 ATSC 표준화 기구의 전송 그룹(Specialist Group on Physical Layer)의 의장직을 수행하면서, 선·후배 연구원들과 함께 차세대 방송 표준기술로의 전환을 준비 중인 해외 방송사, 연구기관 및 제조사들과의 협력을 지속적으로 해오고 있다.

ATSC 3.0 국제표준은 국내에서 UHD 방송을 위해 세계 최초로 채택되고 상용화됨에 따라 선제적인 연구 개발이 가능했고, 국내 중소기업들과 함께 최신 표준기술을 지원하는 장비들을 개발할 수 있었다.

실제로 이를 활용해 지난해 개최된 평창 동계 올림픽 실시간 중계를 북미 현지 방송사와 함께 수행하는 등 북미에서의 국산 장비 활용이 늘어나고 있으며, 2020년 이후 계획된 차세대 방송 표준 북미 지역 상용화가 본격화 되면 국내 업체들의 해외 진출도 더욱 늘어날 것으로 생각된다.

꾸준히 변화하는 방송 미디어 환경에 따라 북미, 유럽 등 해외 연구 기관에서는 새로운 환경에 적합한 기술 개발을 지속적으로 시도하고 있다.

기존 전통적인 방송 미디어 전송 방식을 벗어나, 5G와 같은 통신망과 융합함으로써 방송과 통신의 장점만을 살린 새로운 서비스 관련 기술이 한 예이다.

국내에서도 UHD, 5G 등 해외보다 한발 앞선 기술을 바탕으로, 융합 기술에 대한 관심과 적극적인 지원이 따른다면 다시 한 번 세계 시장을 선도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또 이러한 노력들을 통해 국내 기업에서 개발된 우수한 방송 미디어 관련 장비들이 세계 시장으로 더욱 확산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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