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경회 청주시 모충동 행정복지센터 행정민원팀장

김중배의 다이아몬드 반지에 이수일과의 사랑에 맹세를 져버린 심순애의 황금만능주의를 꼬집은 신파극 장한몽(長恨夢)이 주는 '물질을 넘어선 사랑 이야기'의 교훈이 오늘날 우리가 지켜낼 청렴성과 묘한 오버랩을 가져오는 느낌이다.

지금 우리는 지인 또는 상사의 부탁이 밥 한 끼와 술 한 잔으로 이어져 만회할 수 없는 타락의 늪으로 빠져가고 있는 건 아닌지 하고 매 순간 체크가 필요한 직업을 가진 고도의 청렴을 요구받는 공무원이기에 김중배의 다이아와 같은 유혹을 철저히 배제해야 하는 책무를 진다.

그러한 고도의 청렴성을 비웃듯이 갈수록 다양하고 비윤리적인 공직자 사건들이 잊을 만하면 한 번씩 터지면서 청렴성을 성토하는 보도와 칼럼이 우리의 자화상을 일그러지게 하는 현실이 서글프고 비통하다.

우리 공직자는 헌법이 지향하는 가치를 실현하며 국가에 헌신하고 국민에게 봉사하며 공익 우선, 창의성과 전문성, 사회의 다양성 존중과 청렴의 생활화를 맹세하면서 공직에 입문하지 않았나? 처음과 달리 공직 입문 때 부여받은 공무원 헌장을 지연·혈연·학연에 얽매어 뿌리치지 못함으로 인해 우리의 청렴성과 윤리가 자신도 모르게 갉아 먹히고 있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에 마음이 가볍지 않다.

일전에 관련 부서에 업무 협조 요청을 한 적이 있었는데 냉정하게 퇴짜를 맞은 경우가 있었다.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협조가 안 된다는 것이었고 부서 간 협업이 중요한 우리에게 늘 협업을 강조한 상사에 배치되는 팀장을 보고 마음이 많이 상했다.

그 과정을 소상하게 설명할 수는 없으나 최소한 필자의 상황 판단으로는 복지부동이었다. 이후 담당자 간 긴밀한 협조로 업무가 처리됐는데, 되는 일을 안 된다고 하는 비협조적인 일련의 협업 과정이 청렴보다 더 중요하지 않다고 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또한 친절은 내·외부에 가장 강력한 업무지침이며 나를 지키는 방어형 무기가 되기도 한다는 것에 절대적인 공무원의 공감이 필요한 시대이며 친절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요구로서 막연한 친절, 무한대 친절은 고사하고라도 최소한 기본적인 친절은 생활화해야 우린 고객으로부터 존경받는 공직자상을 쌓아갈 수 있을 것이다. 최근 '2019 친절도 평가' 1차 결과에서 모충동이 지난해보다 17.67점이 향상된 100점을 받아 직원들과 스스로 손뼉을 치고 좀 더 잘하자는 계기로 삼는 시간을 가졌다. 친절의 결과는 사무적이고 기계적인 언행보다는 시작과 끝을 인간미 있는 말투와 리액션의 조화로운 민원 응대가 업무량과 노동량과 관계없이 높은 대민 만족도로 피드백될 것이라 생각한다.

청렴으로 많은 것들이 연계 평가될 수는 있어도 청렴에 가려진 4000여 공직자 본연의 친절과 협업 등 기본적인 행동 강령이 간과돼서는 안 될 것이다. 긍정적이고 창의적인 사고와 능동적인 실천과 행동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부합되면서 인간미가 더해진 AI형 공직자가 되기 위해 우리들의 마음에 새겼던 사명감과 자긍심의 원천인 공무원 헌장이라는 그 맹세(盟誓)를 잊지 말아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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