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덕성 충남대학교 총장

11월 중순은 추수감사절로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간이다. 한해를 곰곰이 돌이켜 보면서 감사햐야 할 제목들을 정리해보니 새삼스럽게 가슴이 뿌듯해졌다.

올 초에 들어오면서 하루에 3가지씩 감사한 제목을 찾아 저녁에 생각하고 아내와 공유했다. 반년쯤 지나서 3가지로는 충분치 않아 감사의 제목이 넘쳐났다. 어린시절에 동네 어귀에 시냇가가 있었는데 주변에 웅덩이들에 흙탕물이 고여있으면 맑은물이 고일때까지 물을 떠내던 기억이 난다. 우울한 마음을 털고 일어나 감사한 일들을 생각하고 나누면 행복한 마음이 들고 이웃으로 전파된 것 같다.

독일에서 유학할 때 비슷한 인사말이 있었다. 당케 숀(Danke schon)으로는 부족하여 너무 너무 감사하다는 마음을 '따우즌 당케(tausendmal danke)'라고 표현한다. 천 번을 반복해 감사하다는 표현이다. 80년대 뭔가 부족한 외국인 유학생 신분으로 기가 죽지 않으려고 가슴을 활짝 펴고 웃으면서 "따우즌 당케"로 동료들의 호의에 반응하면 연구실 전체가 기쁜 기운으로 가득차면서 기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내가 먼저 감사하는 일이 공동체를 행복하게 하는 것 같다.

요즈음 결혼한 딸 부부가 집으로 들어와 살고 있는데 60대의 아내가 다시 밥해주는 엄마가, 도시락 싸주는 모친이 되었다. 매일 저녁, 주말에 여러 식구들을 위한 반찬준비가 만만치 않지만 집안일에 전혀 도움이 안 되는 남편의 손길을 기대치 않고 씩씩하게 주부의 역할을 해내면서 행복해한다. 그 덕에 나도 잘 차린 저녁을 마주한다. 돌이켜보면 지난 4년간 대학 총장으로 일하면서 동고동락을 해온 동료, 직원, 동문들께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을 느낀다.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모든 일을 제쳐두고 달려와 준 고마운 분, 앞으로 퇴임하더라도 이분들께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간직하며 주위를 돌아보면서 살아가리라 다짐한다.

'감사할 만 가지 이유'라는 제목의 외국 노래가 있다. 가사의 내용 중 "해가 뜨는 새아침 밝았네. 내 앞에 무슨 일이나 어떤 일이 내게 놓여 있어도 저녁이 올 때 나는 노래 해"라는 구절은 들을수록 새롭다. 어려운 삶이지만 환경에 붙들리지 않고 얼굴을 들어 감사의 제목을 찾고 행복한 삶을 노래했던 부모세대가 새삼스럽게 그리워진다. 인생의 지혜를 가지고 살았던 것 같다. 국제간의 이해상충이나 안보의 불안, 경제의 어려움, 세대 간의 갈등과 같은 산적한 문제들이 우리 앞을 가로막고 있다. 신문을 펼치기가 부담스러운 아침이지만 "새 아침이 뜨고 결코 만만치 않은 오늘 하루를 지내고 나니 저녁이 올 때 나는 감사의 노래를 부르겠다" 결심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1만 가지 감사! 만약 하루에 한 번씩 감사 제목을 찾으면 30년이 걸리지만, 하루에 10번씩 감사하면 3년으로 줄일 수 있기에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열심히 감사의 제목을 찾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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