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은영 청주시 흥덕구 주민복지과 주무관

내가 초등학교 다닐 때만 해도 학생 수보다 교실 수가 적어 1학년 때 오후반에 다녔다. 내가 대학교에 입학해 복지에 관해 공부할 때도 고령화에 대해 배웠으나 저출산은 프랑스와 같은 유럽 국가에서만 일어나는 사회 현상으로 알고 있었다. '저출산'이라는 단어는 사회적 용어이자 남의 이야기였다. 그러나 결혼을 하고 자녀 1명을 낳아보니 저출산은 남의 문제가 아닌 내 문제였다.

집이 부유해 다 갖추고 시작하는 가정에서도 아이의 출산과 양육 문제는 중요하고 신중할 수밖에 없다. 하물며 맞벌이하는 가정에서는 키워줄 사람이 없으면 낳는 건 엄두도 내지 못한다. 그래도 하나는 있어야 할 것 같아서 낳았고 힘들었지만 기쁨이 있었다. 하나는 외롭다, 둘은 있어야 한다고 해 둘째라는 영원한 숙제를 안게 됐고, 숙제를 푼 나의 결정은 육아 지옥을 경험하게 된다.

첫째, 주택난이다. 부모의 도움 없이 몇억씩 하는 집을 대출 없이 소유할 수 있는가? 투자를 잘하거나 고액 연봉자들은 가능할지 몰라도 빚 없이 내 집 마련하기는 쉽지 않다. 집을 사면 주택 가격이 폭락하고 임대를 살면 주기적으로 이사 비용이 발생한다. 젊은이들이 취업도 안 되는 현실에 결혼, 출산, 내 집 마련의 꿈을 꿀 수 있는지 반문하고 싶다.

둘째, 여성의 사회 진출이다. 단순히 여성이 직장을 다닌다는 개념이 아니다. 여성도 직장 내에서 승진이나 인사에 차별받지 않고 근무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육아휴직은 쉬다가 나오는 개념이고 의무가 아닌 본인 선택으로 사용하다 보니 "누가 아기 많이 낳으라고 했나? 본인이 선택한 거잖아", "그래도 나와서 고생한 사람이 우선이지", "우리 때는 육아휴직 있어도 사용할 생각도 못 했다. 요즘 세상 좋아진 거야" 이런 말들을 들을 때면 아직도 출산은 개인사로 치부돼 직장 생활 하는 여성들의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

셋째, 낳는 것보다 키우는 게 더 힘들다. 직장 생활하며 가장 부러운 사람은 친정엄마, 시부모가 아기 봐주는 사람이다. 육아를 전적으로 도와줄 가족 구성원이 있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나는 출산휴가만 사용했기에 10개월은 육아도우미를 고용했다. 맞벌이 부부가 아이 돌봄 서비스를 오전 8시부터 오후 9시까지 이용해도 100만 원이 훌쩍 넘는다. 대한민국에 야근 없는 직장이 얼마나 되는가? 최저임금 상승으로 가정경제는 무너졌다. 어느 날 통장을 보니 공과금도 빠져나가지 못하고 0원이 돼 있었다. 그래서 '시간 연장 어린이집'에 보냈다. 자는 아이를 들러업고 오전 7시 30분에 어린이집에 맡기고 오후 9시에 아이를 데리고 오는 부모와 아이의 심정을, 그 상황을 겪지 않은 사람들은 저출산에 대해 말하지 말라고 하고 싶다.

넷째, 멀리 내다보지 못하는 정책이 없다. 지자체마다 출산하면 수당을 지급하는데, 좋은 정책이다. 그렇지만 이런 정책과 더불어 현실적 대안이 필요하다. 2019년 저출산 예산은 23조 4000억 원이라고 한다.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에서 어릴 때부터 가정과 생명의 소중함을 배우고 출산과 양육의 중요성을 가르치는 데 장기적으로 예산을 투입했으면 한다. 많이 낳으라고 홍보하지 말고 하나도 괜찮다고 말해주자. 첫째가 있어야 둘째를 생각하지, 자녀도 없는데 많이 낳으라고 하는 말은 의미 없다. 마지막으로 저출산이 남의 문제가 아니라 내 문제라고 인식할 때 저출산을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가 달라지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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