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공섭 대전문화원연합회 회장

대전 동구는 곰삭은 옛 문화가 곳곳에 깊은 향을 품으며 대전을 태동시킨 도시답게 많이 있는 지역이다.

식장산의 고산사, 개태사, 식장사,의 삼대사찰이 자리 잡고 있으며, 식장산(食欌山)의 3경(三景)중 제1경이라고 말하는 고산사(高山寺)는 주변 풍경과 잘 어울리는 사찰이다.

필자가 고산사를 찾기 위해 대성동 삼거리에서 약간 가파른 오솔길로 접어들면 식장산 산새소리가 길을 재촉하고, 길 양 옆에 피어있는 각종 야생화가 방실 방실 웃어준다. 진한 향으로 채색한 궁전 같은 파란 터널도 반갑게 맞아주는 고산사의 오름길이다. 고산사는 식장산 중턱에 아늑하게 자리하고 있어 식장의 대표사찰로 그 책임을 다하고 있으며, 역사적으로도 유서가 깊은 고찰(古刹)이다.

대웅전은 대전시 유형 문화재 10호로 등록돼 있으며, 건축양식이 독특한 사찰이다. 앞면 3칸 옆면 2칸을 석축기단 위에 주춧돌을 사용해 세워져 있다. 건축양식은 조선시대 다포식 계통의 건물로 기둥을 결구(結構)하고 있는 창방(唱榜) 위에 평방(平枋)을 놓고 기둥과 기둥 사이에 1개씩의 공포를 배치했다.

고산사 대웅전 우측 벽에는 순조 15년(1815년)에 그려진 후불탱화가 걸려있는데 시 유형문화재 33호로 등록돼 있다. 후불탱화는 얼굴과 일부를 제외하고는 붉게 칠해져 있는 특이한 형태로 그려져 있으며 잘 보존된 문화재다.

또 대웅전 좌측에는 유형문화재 32호인 목조석가모니불좌상(木造釋迦牟尼佛坐像)이 자리하고 있는데 좌상의 보존상태가 양호하며 넓은 무릎에 결가부좌 하고 앉아 항마촉지인을 짓고 앞으로 약간 수그리고 앉은 자세다.

이렇게 많은 문화재를 보유하고 있는 사찰은 충청지역에서는 고산사가 유일하다고 한다. 그리고 사찰에 왕 벚꽃이 만개하는 봄철에 고산사의 미려한 색체와 어우러진 천연색으로 물든 풍경을 앵글에 기록하는 사진가의 셔터소리가 사찰의 풍경소리와 협연을 하는 곳이다.

또 6~7월에 꽃말이 순정, 군자, 신성, 청청인 수련(연꽃)이 사찰 뒤뜰에 자태를 뽐내고 은은하고 잔잔한 분위기에서 고즈넉한 사찰의 포근함에 흠뻑 취할 수 있는 곳이다.

고요하고 적막하기까지 한 깊은 산속에 자리 잡은 산사에 풍물을 치고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는 것은 예전에는 흔하게 보지 못한 일이었다.

부처님 앞에 경건한 예를 다해 조용히 아주 조용히 걸음걸이도 조심조심 고요 속에, 깊은 산속에서 부는 산들 바람에 울리는 풍경소리가 산새를 깨우는 한적한 절 마당, 한바탕 놀이마당이 벌어졌다.

우리가락 좋을시고 북소리에 어우러진 민요 한가락이 어께 춤을 덩실거리게 하는 놀이판, 한발 한발 버선발로 춤사위를 이끄는 한국무용이 정갈한 절 풍경과 하나가 돼 좋다. ‘잘한다’, ‘지화자’로 박자를 맞추며 흥을 돋운다.

한국무용(韓國舞踊)은 한국의 전통문화를 바탕으로 해 만들어진 모든 종류의 무용을 말한다. 한국무용은 궁중무용, 민속무용, 가면무용, 의식무용, 창작무용 등으로 나눈다.

오늘 산사음악회의 하이라이트는 권숙진 선생이 안무한 ‘푸리’라는 제목의 액맥이 춤 공연이다. 액맥이란 미리 액(厄)을 뱅이한다는 뜻으로 모든 질병이나 재앙으로부터 액을 미리 막는다는 의미가 담겨있으며, 동서남북(東西南北) 사방과 24절기마다 액 타령을 부르고 춤을 춰 만사형통을 비는 내용의 의미가 담겨 있다.

푸리춤 한판은 산사마당에 가득한 불자들의 액을 한방에 날려 버릴 것 같은 느낌을 받은 날이었다. 산사(山寺)란 말만 들어도 세상의 근심과 걱정을 다 잊게 하고 무거운 번뇌를 씻어주는 청량제 같은 느낌으로 가슴에 자리한다. 그런 고요 속에 우리 고유의 국악과 노래 그리고 춤으로 장식되는 산사 음악회는 때 묻지 않은 순수함으로 다 같이 교감하는 천상의 선율일 것이다.

산사 음악회는 지역과 종교와 남녀노소를 초월한 모두의 축제, 산과 계곡의 물 흐름이 만드는 소리와 별빛이 뿌리는 은하수 포말까지, 산울림 소리와 신명나는 춤이 함께 협연해 우리의 가슴속에 아름다운 추억과 깊은 감동으로 오래 기억될 것이다.

전통사찰의 단청, 단아하며 청명하고 미려한 색채는 우리 조상들의 품위 있는 예술적 감각을 깊게 느끼며 전통과 함께하는 산사 음악회, 진한 울림으로 자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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