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8차 살인사건으로 20년간 옥살이를 한 윤모(52) 씨가 재심을 청구한 가운데 경찰이 8차사건의 범인도 이춘재(58)라고 잠정 결론 내렸다.

경찰은 이 사건이 자신의 소행이라고 자백한 이춘재의 진술이 사건 당시 현장상황과 대부분 부합하는 점을 토대로 그를 진범으로 사실상 특정했다.

이는 이춘재가 지난 9월 "화성 8차 사건도 내가 했다"고 자백한 지 두 달여 만이다.

수사본부는 억울하게 옥살이를 했다고 주장하는 윤 씨와 최근 자신의 소행이라고 자백한 이춘재 중 누가 진범인지를 두고 수사를 벌여왔다.

수사본부는 이춘재가 진술한 사건 발생일시와 장소, 침입경로, 피해자인 박모(당시 13세) 양의 모습, 범행수법 등이 현장상황과 일치한다고 밝혔다.

또 범인만이 알 수 있는 박 양의 신체특징, 가옥구조, 시신위치, 범행 후 박 양에게 새 속옷을 입힌 사실에 대해서도 그가 자세하고 일관되게 진술하는 점 등을 토대로 이처럼 결론 내렸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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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윤 씨의 과거 자백은 현장상황과 모순된 점이 많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30년 전 윤 씨는 박 양의 방에 침입할 당시 문 앞에 있던 책상을 손으로 짚고 발로 밟은 뒤 들어갔다고 자백했다.

그러나 책상 위에서 윤 씨의 지문이 발견되지 않았고 책상 위에 남은 발자국도 윤 씨의 것과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박 양이 숨진 채 발견됐을 때 당시 입고 있던 속옷에 대해 윤 씨와 이춘재의 진술이 엇갈려 논란이 됐다.

“범행 당시 속옷을 무릎정도까지 내린 상태에서 범행하고 다시 입혔다”는 윤 씨의 자백과는 달리 이춘재는 최근 자백에서 “박양이 입고 있던 속옷을 완전히 벗기고 범행한 뒤 이 속옷으로 현장에 남은 혈흔 등을 닦고 새 속옷을 입히고선 현장을 빠져나왔다”고 진술 했다.

경찰은 박 양이 발견됐을 당시 속옷 하의를 뒤집어 입고 있어 의문을 품고 있었는데, 속옷을 완전히 벗기지 않으면 뒤집어 입히는 게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이춘재의 진술이 더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이춘재는 “신고 있던 구두와 양말을 벗고 맨발로 박 양의 방에 침입했으며 양말을 손에 끼우고 박 양의 목을 졸랐다”고 진술했다.

당시 부검감정서에 의하면 박 양의 목에 남은 흔적은 범인이 손에 뭔가를 끼고 범행한 것으로 나타나는데 이춘재가 범행 당시 맨손이 아니었다고 진술한 것이다.

윤 씨는 당시 맨손으로 목을 졸랐다고 자백했다.

경찰은 이러한 점들을 토대로 이춘재를 8차 사건의 진범으로 보고 있지만 아직 그를 이 사건 피의자로 정식 입건하지는 않았다.

과거 경찰이 윤 씨에 대해 고문 등 위법행위를 저질렀는 지와 당시 윤 씨가 범인으로 특정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방사성 동위원소 분석이 제대로 이뤄졌는지에 대해서도 아직 수사가 진행 중이다.

한편 8차사건으로 20년을 복역하고 2009년 가석방된 윤 씨는 최근 수원지방법원에 재심을 청구했다.

이춘재는 “미안하게 생각하고 (윤 씨의) 억울함이 밝혀져야 한다”며 재판에 증인으로 나서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정민혜 기자 jmh@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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