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이모저모

▲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14일 오전 대전 서구 만년고 고사실에서 한 수험생이 시험에 앞서 고득점을 기원하며 기도하고 있다. 정재훈 기자 jprime@cctoday.co.kr

○…둔원고 시험장에는 자녀가 입실했지만 발길을 쉽게 떼지못하는 학부모들의 모습이 눈에 띄기도 해. 박모(58·여) 씨는 "막둥이 딸이 서울로 대학을 가고 싶어한다"며 "하루 3~4시간씩 자며 열심히 공부했는데 오늘 별 탈 없이 수능 잘 봤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눈시울이 불거져. 박 씨 외에도 입실이 완료됐지만 교문 앞을 쉽게 떠나지 못하는 학부모들 모습 다수 보여. 교문 붙잡고 자녀의 수능 대박을 간절히 기원하는 모습 등 자녀에 대한 깊은 사랑이 느껴져.

○…대덕고등학교는 정문 앞 도로가 협소하고 주택가 사이에 위치한 특성상, 출퇴근 차량과 맞물리며 심각한 교통정체 빚어. 교통경찰의 정리에도 불구하고 수험생이 하차하는 차량이 이어지며 교통정체는 해결될 줄 몰랐지만, 출근 차량 중 어느 차도 경적 울리지 않아. 한 운전자는 창문 내리고 응원단과 수험생들을 향해 “파이팅” 외치며 훈훈한 모습을 보이기도.

○…충남고등학교 앞에 모인 유성고와 서대전고 응원단, 학교 선배가 올 때마다 경쟁하듯 큰 소리로 수험생 응원에 나서. 후배들은 큰 소리로 응원하며 선배들 양 손에 초콜릿과 핫팩 쥐여주고, 선생님들 또한 제자들의 차가운 손잡아 주며 다독여. 각 학교 응원단은 타 학교 수험생들에게도 간식거리 나눠주는 등 한마음으로 전체 수험생 응원하는 모습 보여.

○…20년째 수능 당일 아침 교통봉사를 하고 있는 택시기사 박병문(65) 씨는 올해도 새벽 6시에 일어나 준비. 대전시교육청 제27지구 제13시험장인 괴정고 앞에서 만난 박 씨는 대전모범운전자서부지회 소속이라며 서부지회에서만 100명이 교통봉사를 나왔다고 설명. 그는 “수능 아침 교통봉사를 한 지 올해 딱 20년 째”라며 “이제 다 손자·손녀들 같고 할아버지의 마음으로 봉사를 하고 있다”고 전하며 수능 한파 속 훈훈함을 더 해.

○…영하 4℃까지 내려간 수능 아침 현장은 보온 유지가 생명. 대전시교육청 제27지구 제13시험장인 괴정고 정문 바로 앞에 위치한 편의점이 때 아닌 특수를 맞아. 날씨가 춥다보니 수험생 자녀를 데려다 주러 온 학부모들이 발길을 돌리지 못하고 편의점에서 대기하는 진풍경. 따뜻한 유자차나, 생강차가 인기. 학부모 김정수(46) 씨는 “아이가 시험장으로 들어갔지만 차마 바로 집으로 갈 수가 없어서 학교 앞 편의점에서 아내와 차 마시면서 기다리는 중”이라고 설명.

○…서대전고등학교 앞에는 충남고등학교와 유성고등학교 등 대전 각지에서 모인 학생들이 수능을 치루는 선배들을 응원하기 위해 각종 응원도구를 준비해 축제현장을 방불케 하는 진풍경을 만들어. 고사장 앞에 모인 학생들은 시험장에 입실하는 선배들 한명 한명의 이름을 외치며 선배들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기를 복돋아 주기도. 시험장 입구 한쪽에서는 자녀안심협의회에서 나온 봉사자들이 추운 날씨 속 수험생들의 시린속을 녹여주기 위해 생강차를 나눠주는 따듯한 모습을 보여. 남종연 자녀안심협의회장은 "수험생들이 3년동안 열심히 공부한 만큼 오늘 하루 좋은 성적을 거둬 본인이 원하는 목표를 이루기를 간절히 기도한다"고 전해.

○…시험장 입실 완료 30분 전 천안삼거리 공원 앞 버스정류장에서 발견된 한 여학생의 수험표. 다행히 이른 시간 순찰을 돌던 청수파출소 직원들에게 발견돼. 주인 잃은 수험표는 채 10분도 되지 않아 시험장인 천안여고로 전달. 비슷한 시간 예산여고 앞에선 시험장을 헷갈려 당황한 수험생 3명을 발견. ‘진짜’ 시험장인 예산고까지 바래다주기도. 아산 배방읍에선 수험생 탑승 차량이 러시아워에 갇혀. 다급한 신고에 신호 개방과 수신호로 탄탄대로 확보.

○…충남도내 각지에선 시각장애와 청각장애, 뇌변병장애 등을 갖고 있는 학생들도 그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발휘하기 위해 시험장을 찾아. 모두 9명이 시험편의 제공 대상자로 지정돼. 불편 없이 시험을 치를 수 있도록 별도의 시험실과 함께 음성 지원 기기, 확대 돋보기 등 도구도 지원. 일부 장애학생은 비장애 수험생의 1.7배에 달하는 시간 동안 시험을 치러. 체력적 부담이 상당하지만 그동안 키워온 꿈 앞에선 불가능은 없다고. 최근 천안에서 불의의 사고로 두 다리가 골절돼 수술을 받은 학생도 병원에 마련된 시험장에서 열의를 불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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